[특별기고] "약진하는 한국 수출, 새 미래전략 짤 것"
사상 최단기 무역 1조달러 돌파, 역대 최대 수출 6445억달러 달성.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지난 한 해 무역인들과 온 국민이 힘을 모아 이뤄낸 자랑스러운 성과다. 한국은 세계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빠르게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으로 경제를 회복했고, 그 중심에 무역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우리 경제에는 적지 않은 위기의 순간들이 있었다. 그때마다 우리 수출은 탄탄한 제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더욱 단단해지며 성장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1997년 외환위기 때엔 자동차·철강산업의 약진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에는 석유화학·반도체산업의 성장에 힘입어 위기를 극복했다.

그리고 이번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속에서도 반도체·스마트폰 등 주력 산업이 압도적으로 글로벌 1위 경쟁력을 유지했고, 바이오헬스·미래차 등 신산업은 수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성장을 견인했다. 타고난 우리의 위기극복 DNA가 다시 한번 발휘된 것이다. 그 결과 한국 수출은 1억달러에 불과하던 1964년 세계 90위에서 2021년 세계 7위로 비약적으로 성장하며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앞으로도 수출은 한국 경제의 성장을 이끄는 견인차가 될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무역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다. 대내적으로는 탄소중립, 디지털 전환 등 산업구조를 혁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미·중 기술패권 경쟁,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원자재 수급 불안 등으로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기회 요인도 있다. 수출 품목과 시장이 다변화되고, 한류 확산으로 K브랜드의 가치가 급부상하고 있다. 한류 강의로 유명한 샘 리처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는 최근 한국은 50년 만에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모두 갖춘 세계 유일의 국가로 세계를 선도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런 위기와 기회 요인이 공존하는 가운데 한국 무역은 지금까지의 성과를 넘어 새로운 전략과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 미래 무역의 모습으로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양적 성장 중심에서 벗어나 환경, 노동, 공정 등의 가치를 중시하며 환경을 보전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가치지향적 무역으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 디지털 경제를 체질화해 온라인 수출 등 혁신적 무역을 선도해야 한다. 셋째, 소상공인·스타트업 등 국민 누구나 쉽게 무역에 참여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포용적 무역을 지향해야 한다.

이를 위한 동력으로 정부는 2050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대규모 연구개발(R&D), 조세, 금융 등을 집중 지원해 우리 기업의 친환경 혁신을 확실히 뒷받침하는 한편 주요국의 탄소국경조정제도가 새로운 무역장벽이 되지 않도록 양자·다자간 논의를 통해 철저히 대응하고자 한다.

‘산업 디지털전환 촉진법’에 따라 디지털전환 선도모델을 지원해 산업 전반에 디지털 대전환 붐을 조성하겠다. 반도체, 배터리 등 전략산업에 대해서는 ‘국가첨단전략산업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해 국가 차원의 지원체계를 확립하고, 공급망 교란으로 경제안보가 위협받지 않도록 수입처 다변화, 생산기반 확충 등 대응조치를 취해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무역 전문인력 육성, 디지털·서비스 수출 지원, 주요국과의 파트너십 강화 등에도 박차를 가하겠다. 그 결과 수출이 성장과 고용 창출에 더 크게 기여함으로써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다시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잡도록 할 것이다.

최근 스탠다드차타드 그룹은 한국 수출이 2030년 9720억달러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향후 10년 내 수출 1조달러 시대가 오고 있음을 예고한 것이다. 임인년 새해를 맞아 한국 경제가 수출 1조달러 시대를 향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을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