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非)원전국인 세르비아와 카자흐스탄이 원전 건설에 나서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세르비아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국인 우크라이나에 인접해 ‘원전 공포’가 컸던 나라다. 그런데도 탄소중립 목표 달성 등을 위해 원전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투자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대책없이 ‘탈원전-탄소중립’ 동시 달성을 외치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세계적으로 원전 투자 복귀는 대세가 된 지 오래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은 일본이 그동안 세워놓았던 원전 30기의 재가동과 신규 원전 투자를 검토 중인 것은 알려진 대로다. 프랑스 정부도 얼마 전 탈원전 정책 포기를 선언하고 6기의 대형 원전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영국이 2050년까지 소형 원전 16기 건설에 나서기로 했고, 중국은 2035년까지 무려 160기의 원전을 새로 짓겠다고 한다. 미국도 기존 원전 2기의 수명을 연장한 데 이어 소형모듈원자로(SMR) 투자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세계 주요국들이 속속 원전 투자로 돌아선 데는 이유가 있다. 2050년 또는 2060년까지 탄소순배출 제로 목표를 달성하면서 에너지 안보와 환경 보호, 경제적 효율성까지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원전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원자력의 필요성은 이념이 아니라 수학의 문제”(세드릭 오 프랑스 경제재정부 장관)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데도 한국 정부만 탈원전 미망(迷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전 비중(현재 30%)을 2050년까지 6%로 낮추면서 탄소중립도 달성할 수 있다고 큰소리친다. 그러나 이런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기술적 어려움은 차치하더라도 천문학적인 비용과 재앙적 환경파괴 가능성, 산업 경쟁력 훼손 등 부작용 때문에 논의할 가치조차 없는 ‘공상과학소설’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오죽했으면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같은 정부 산하 공기업 사장들까지 탈원전 재검토를 건의하고 나섰겠는가. 더구나 현재 가동 중이거나 짓고 있는 원전만 제대로 써도 온실가스 배출감축 목표를 얼마든지 달성할 수 있다는 연구보고서(국회입법조사처)까지 나와 있는 터다. 탈원전을 고집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

마침 대선을 3개월여 앞두고 여야 대선후보들이 원전 재가동과 수명 연장 여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목표 조정 등에 대한 의견들을 내놓고 있다. 치열한 토론을 통해 이념과 미망으로 왜곡된 에너지 정책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