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절감이 '글로벌 경쟁력'인 시대
'신재생 산업구조' 정책 지원해야

문철우 < 성균관대 교수·G7코리아 ESG위원장 >
[기고] '저탄소 경제' 위해 게임의 룰 바꿔야

기업과 국가의 성패가 갈리는 시점은 환경이 급변할 때다.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고 있는 현재가 그렇다. 한국은 저탄소 경제로 진입하는 게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다.

최근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결과 국가별 탄소 절감 목표가 확정됐고, 한국 기업의 동참이 요구될 것이다. 글로벌 투자기관들이 국내 기업에 탄소 절감 목표 설정과 철저한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산림을 훼손해 생산시설을 확장하고 석탄을 태우는 화력발전소를 지으려는 계획을 확대하자 주주인 유럽의 연기금 및 미국 글로벌 투자기관들이 반대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EU), 영국, 미국 등은 탄소세와 탄소관세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에 연결된 한국 기업과 경제 전반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저탄소 전환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유럽의 가장 큰 발전 회사인 에넬은 화석연료 기반의 발전사업을 중단하고, 신재생 전력과 정보기술(IT) 기반의 전력 서비스로 전환하기로 했다. 선진 기업들의 저탄소 사업 진입이 빠를수록 한국 기업들이 후발로 성공할 가능성은 줄어든다.

필자는 탄소 감축 규제 강화로 현대자동차 등 국내 수출기업들이 미국·유럽 시장에서 타격받을 것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친분이 있는 한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다른 의견을 밝혔다. 중국 등 탄소 배출을 줄이지 않는 국가의 기업에 비해 한국 기업이 상대적으로 저탄소 프리미엄을 갖게 될 것이란 의견이었다. 저탄소 전환이 부담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의 중요한 부분이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저탄소 전환을 위한 비용은 국가 재정으로만 메꿀 수 없다. 해외에서는 막대한 규모의 민간 금융이 저탄소 전환에 투자되고 있다. 최근 미국의 헤지펀드 ‘엔진넘버원’은 초대형 오일 기업인 엑슨모빌의 이사진 세 명을 환경 전문가로 교체하는 데 성공했다. 엑슨모빌 대주주인 블랙록, 스테이트스트리트, ISS, 캘리포니아 연기금 등이 소액주주인 엔진넘버원의 편에서 저탄소 전환을 밀어준 것이다. 반면 한국 기업의 저탄소 전환을 요구하는 국내 민간 금융권의 목소리는 거의 들을 수 없다.

정부는 기업이 저탄소 전환을 시도하도록 장려하는 지원 정책을 확대하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미국 테슬라의 전기차 성공은 탄소 배출 규제와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종료를 선언하고 테슬라에 전기차 생산을 위한 공장 인수를 허가해 준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성공이다.

정부는 한국 경제가 저탄소 산업구조로 정착할 수 있도록 산업정책의 재편을 이끌어야 한다. 과거 하와이는 발전량의 90%를 석유에 의존해 전기요금이 미국 본토의 2~3배에 달했고, 환경 오염도 심했다. 하와이는 신재생에너지 전환으로의 길을 택했고, 지금은 하와이 에너지의 30%가 신재생에너지다.

저탄소 경제로 가기 위해서는 게임의 룰이 바뀌어야 한다. 탄소 배출을 줄일수록 회사 재무 가치가 커져야 기업 및 투자자가 저탄소 전환 노력을 제대로 할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새 게임의 룰이 현재 기업 회계제도의 재무 성과 중심 기업평가 방식에 적용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올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의 후속 사업으로 설립된 G7 임팩트 태스크포스(ITF)가 탄소 배출을 포함한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성과를 회계제도에 반영하기 위해 각국이 공동 노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한국도 글로벌 평가와 공시 체계의 룰을 바꾸는 과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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