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출산율 저하·인구 고령화' 봉착한 중국
중국을 표현하는 말 중에 ‘지대·물박·인다(地大·物博·人多)’라는 말이 있다. 땅이 넓고, 물자가 풍부하며,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필자가 매번 중국을 방문할 때면 이 말을 피부로 절감하곤 했다.

2020년 현재 중국의 공식 총인구수는 14억1178만 명.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당시 인구가 약 5억4000만 명 정도였으니 70년 만에 약 9억 명이 늘어난 셈이다. 그러나 10년 단위로 끊어 보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구 확대 추이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 1960년부터 1990년까지 30년 동안은 10년마다 1억6000만 명씩 증가했으나, 2000년부터 2020년까지는 10년당 증가폭이 7000만 명으로 급전직하했다. 실제 통계를 보면, 지난해 중국의 출생아 등록 수는 1004만 명으로 2019년 대비 15% 줄었다. 1949년 건국 이래 최저치다. 전체 인구 대비 출생아 수는 100명당 채 한 명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959년 발생한 중국 삼년대기근(1959~1961년) 때보다 낮은 수치다.

악화하는 출산율 저하를 막기 위해 중국 정부는 36년간 지속해온 ‘한 자녀 정책’을 폐지하고, 2015년 ‘두 자녀 정책’으로 전환하는 파격을 택했다. 하지만 2016년 출생아 수가 일시 상승해 1786만 명을 기록한 이후 꺾어진 출생률은 지금껏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별로도 출산율 감소에 큰 차이가 난다. 대표적인 제조업 기지인 광둥성이 전년 대비 24% 감소한 것을 비롯해 푸젠성 샤먼시처럼 50%나 감소한 도시도 있다.

지난해 중국의 출생인구는 지난 수십 년 만에 가장 낮은 한 해였지만, 역설적으로 보면 향후 수십 년 동안 출생인구가 가장 많았던 한 해로 기록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출생인구의 가파른 하락은 생산가능 인구의 급감 및 급격한 고령화 등 인구구조상의 문제를 야기한다. 중국의 생산가능 인구는 2013년 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인 우하향 내리막 곡선이다. 사정이 이러자 중국 정부도 지난해 말 인구 고령화 관련 국가 대응 전략을 부랴부랴 내놨다. 고령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사회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출산율 제고와 인구 질 개선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출산율을 대폭 증가시킬 획기적인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년 양회기간 중 동북 3성 등 지역에서 셋째 자녀를 허용하는 ‘세 자녀 정책’ 시행이 적극 논의된 적이 있다. 그러나 단순히 세 자녀 출산을 허용하고 장려하는 것만으로는 만족스런 출생아 수 반등을 이뤄내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결정적 이유는 중국 젊은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겠지만, 특히 주거 문제와 사교육비 부담이 가장 큰 원인이다. 중국인의 출산 고통지수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얘기가 회자되는 배경이다.

출산율 제고를 위한 정책은 부동산 대책과 교육정책 변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등골이 휠 정도의 사교육비 부담을 확 덜어주겠다는 사교육 금지 조치가 나왔고, 부동산 가격 안정 정책도 발표됐다. 인기 있는 학교 주변의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급등하자 한국식 학군제를 폐지하고 추첨제로 입학하도록 한다거나 부동산 가격 상승 상한제를 도입하는 조치가 그것이다. 인구 질 개선을 위한 방편으로 대학교 진학 이전 조기 직업교육을 확대하는 방안도 내놨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837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전 세계 198개국 가운데 마지막 순위다. 이보다 더 큰 국가적 위기가 있을까 싶다. 인구절벽에 몰리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이웃 중국의 상황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도외시할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