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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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항공우주 산·학·연의 땀과 눈물의 결정인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어제 오후 5시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황금빛 화염을 뿜으며 웅비했다. 비록 1.5t의 위성 모사체(더미)가 정상 궤도에 진입하지는 못했지만, 1·2단 및 페어링 분리와 3단 엔진 점화를 통해 고도 700㎞까지 비행했다는 점에서 성공에 근접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독자 발사체 개발의 꿈을 꾸기 시작한 지 11년7개월 만에 이룬 작지 않은 성과다.

이번 발사는 한국 우주산업이 설계·제작·시험·인증·발사에 이르는 발사체 독자기술을 축적하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하지만 주변국에 비해 우주 개발이 뒤늦어 ‘우주 지각생’이란 평가를 들어온 이상 마냥 자축만 할 때는 아니다. 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해 며칠 전 선저우 13호를 쏘아올린 중국은 물론 일본도 지구에서 3억㎞ 떨어진 소행성인 ‘류구’의 토양 시료를 지구로 가져올 정도로 까마득히 앞서 달린다. 내년 5월 성능 검증 위성을 실제로 탑재한 발사 일정은 물론 이후 2027년까지 총 네 번에 걸쳐 반복 발사를 준비해야 하는 과제도 남았다. 이를 성공시켜야 기술적으로 안정된 로켓으로 인정받는다. 2.8t 인공위성까지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 시간표도 이미 짜여 있다.

내년 10월까지 12년에 걸쳐 누리호 개발에 총 1조9572억원이 투입될 예정이지만, 한국의 우주산업 역량과 예산·인력은 우주 강국들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 수준이다. 그런 만큼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국가적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우주 4강국’이 목표라면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직을 국무총리급으로 격상할 게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맡아야 한다. 이미 일본은 총리가 우주개발전략본부를 책임지고 있다.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사업이 얼마 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한 문제도 극복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 단계인 고체연료 로켓 개발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주도의 우주개발을 앞으로 민간이 주체가 되는 ‘뉴 스페이스’로 바꾼다는 비전도 빈말에 그쳐선 안 된다.

‘우주의 꿈’은 미래산업의 총체적 역량을 좌우하기 때문에 힘들고 어려워도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우주산업 자체가 호흡이 긴 분야이고, 리스크도 크다. 수없는 고난과 실패 앞에 오히려 차분하게 박수 보내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 뒤에야 ‘누리호 키즈’들의 출현을 기대할 수 있고, 이들이 일궈갈 우주 강국의 꿈이 열매 맺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