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이버 범죄' 첨단기술로 잡는다
얼마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과 현대자동차가 인수한 미국의 로봇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만든 4족 보행 로봇견 ‘스폿’이 함께 춤을 추는 영상이 화제를 모았다. 미래 첨단기술과 인간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4족 보행 로봇견을 치안 현장에 활용하기 위해 관련 연구개발(R&D)을 시작한 경찰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큰 영상이었다. 가까운 미래에 현장 경찰관들과 함께 거리를 순찰하는 경찰 로봇이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 우리의 삶을 빠르게 바꿔가고 있다. 기술의 발전이 우리에게 축복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작은 스마트폰 하나로 전 세계와 연결되는 ‘초연결사회’가 구현되면서 시공간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게 됐지만, 그 대가는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경고했던 무수한 위험에 노출된 ‘위험사회’의 출현일 수도 있다.

범죄의 양상도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살인·강도 등 전통적인 범죄는 줄어드는 반면 사이버 범죄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와 가상자산 관련 범죄, ‘다크웹’을 통한 마약범죄, 스마트폰 원격제어 기반 금융범죄 등 첨단 기술로 인한 새로운 위협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미래의 위협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우리 경찰은 사이버·마약 등 전문 분야 수사 인력을 확충하는 것뿐만 아니라 첨단기술을 활용한 치안 분야 R&D 확대를 통해 치안 현장의 경찰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 나라의 경찰만으로 미래의 모든 위협을 대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초연결사회’에서는 국가 간 경계가 무의미해져 국제범죄가 쉽게 발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발생한 범죄가 순식간에 확산될 위험도 높다. 이 때문에 국가 간 긴밀한 공조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세계 각국과 인터폴, 유로폴, 유엔 등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이유다. 동남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 전 세계 110여 개국에 과학수사, 사이버수사 기법은 물론 112 신고 출동 시스템, 치안 빅데이터 분석 기술 등 첨단 시스템과 기술을 제공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19년부터 개최한 ‘국제치안산업박람회’는 최신 기술이 접목된 첨단장비와 시스템을 전시하고 관련 연구와 기술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리는 제3회 국제치안산업박람회에서는 110개 기업과 기관이 참가해 치안용 드론과 친환경 첨단 순찰차, 국가 위기상황에 대비하는 재난안전통신망과 범죄대응 112 신고시스템, 확장현실(XR, AR+VR)에 기반을 둔 가상훈련 시스템 등 다양한 기술이 공개된다. KCSI 과학수사와 사이버 수사 등 첨단 수사 기법과 함께 자율주행차 시연 등 첨단 교통운영체계도 선보인다. 해외 경찰과의 공공 수출상담회는 물론 KOTRA 주관 민관 수출상담회를 통해 국내 치안기술 기업의 해외 진출도 도울 예정이다.

이번 국제치안산업박람회가 세계 각국이 겪고 있는 치안 문제들을 과학기술로 해결하는 데 기여하는 동시에 참관객에게는 대한민국 경찰의 저력과 미래 과학치안을 체감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국제치안산업박람회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관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