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게이트를 수사하는 검찰의 무능과 부실이 눈 뜨고 못 봐줄 정도다. 서울중앙지검이 어제 성남시청을 드디어 압수수색했지만, 수사 착수 22일 만의 늑장 조치다. 성남시 직원들조차 “열흘 전부터 압수수색 소문이 파다해 언제 오나 했다”고 말했을 정도로, 준비하고 기다린 민망한 압수수색이 되고 말았다.

사업 전말과 범죄적 행태의 전모를 밝힐 수 있는 자료 집결지에 대한 뒤늦은 수색은 증거인멸 시간을 준 것이라는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야당 시장의 선거 때 실언을 꼬투리 삼아 서울시청에 전격 들이닥치고, 삼성그룹 계열사를 수십 번씩 탈탈 털던 그 검찰이 맞나 싶다. 마지못해 끌려가는 듯한 검찰 태도는 모종의 수사 시나리오가 작동 중이라는 의심마저 부른다.

김만배 씨의 구속영장 기각 과정은 더 어이없다. 뇌물 755억원, 배임 1100억원의 막대한 비리혐의를 받는 피의자를 딱 한 번 소환하고 계좌추적도 않은 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증언과 녹취록만으로 밀어붙이다 영장은 기각됐고 수사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대통령이 신속 수사를 지시한 지 3시간여 만에 영장을 청구해 정치적 논란을 자초한 것부터 비상식적이다.

수사 의지를 의심케 하는 일은 이외에도 부지기수다.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통보받은 화천대유의 수상한 자금 흐름 신고를 뭉개고, 핵심 피의자의 휴대폰 확보에 실패한 것은 예고편이었다. 최근 하루 이틀 새에도 어처구니없는 일이 잇따랐다. 친(親)정권성향 서울중앙지검장은 그제 국회 국정감사에서 ‘그분’은 ‘정치인 그분’이 아니라고 했다. ‘설계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듯한 부적절한 발언이다. 연관된 의혹인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건을 서울중앙지검에서 병합처리하지 않고 수원지검으로 이송한 것도 오해받기 십상이다.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는 “이런 수사 방식은 처음 본다”며 “이대로 가면 검찰이 이재명캠프 서초동 지부라는 말까지 듣게 생겼다”고 했다. 공감하는 이가 많을 수밖에 없는 사태의 전개다. 오비이락인지 더 두고 봐야겠지만 김오수 검찰총장이 성남시 고문변호사로 활동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러니 ‘특검 및 국정조사’ 찬성 의견이 73%에 달하는 것도 당연하다. 국민적 공분과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임을 잊은 채 보여주기식 수사로 일관하는 것은 특검 등판을 재촉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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