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軍지휘관 입김' 줄어든 군사법원법
한 달 전인 지난 8월 31일 국회에선 우리나라 군 사법제도에 관한 역사적인 의결이 있었다. ‘군사법원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이다. 무려 20년 넘게 계속된 군사법원에 관한 여러 논의가 마침내 여야 합의로 결실을 맺게 됐다.

일반 국민은 잘 모를 수도 있는 군사법원법 개정안의 가장 큰 의미는 지휘관의 영향으로부터 군사법원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국제적 추세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우리 군사법원은 광복 이후 미 군정기를 거치면서 미군의 제도를 모체로 발전했다. 미군은 대통령 집행 권한의 일부로 군 기강을 유지하기 위해 지휘관의 재판 관여를 부분적으로 인정한다. 반면 독일은 나치 시대의 아픈 경험을 반성하면서 군인의 형사사건을 민간법원에서 재판한다. 영국 군사법원은 1997년 유럽인권재판소의 ‘Findlay 사건’과 2003년 ‘Grives 사건’ 이후 법률을 개정하고, 지휘관의 재판 관여를 제한한다. 또 군인의 형사사건은 군사법원에서 맡되 민간법원으로부터 임명된 민간인 법무관이 담당한다. 이런 추세에 맞춰 이번 개정안에선 일반장교가 재판관으로 참여하는 ‘심판관 제도’와 지휘관이 재판부의 선고형을 감형할 수 있는 ‘관할관 확인조치권’이 폐지된 것이다.

평시 군사법원을 폐지하자는 의견도 적지 않았지만 이번 개정안은 군의 특수성과 전시에(전쟁 시) 군사법원을 운영해야 하는 군의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한 것이라고 본다. 군사법원은 전시에 폭증하는 군형법과 계엄법 사건뿐 아니라 제네바협약에 따라 적군의 포로 여부에 대한 심사, 로마규정에 따른 국제형사재판소법상의 전쟁범죄 재판 등도 해야 한다. 평시부터 조직과 인력이 준비돼 있어야 하고, 군판사들이 무력충돌법이나 국제인도법 관련 지식을 겸비해야 한다. 개정안은 이런 군의 특수성을 인정하되 장병 인권 보호를 위해 필요한 부분을 개선했다.

구체적인 개선 내용을 보면 군판사와 군사법 조직의 독립성이 강화됐다. 비록 당초 정부안에 포함됐던 ‘민간인 군사법원장 임용’은 빠졌지만, 독립적인 군판사인사위원회에서 군판사를 임명하고 임기·연임·정년 등을 보장한다. 군사법원의 항소심을 서울고등법원 등 민간으로 이관하고, 군단급 이상 부대에 설치돼 있는 1심 보통군사법원(1심 재판부)을 국방부 산하 5개 지역군사법원으로 통합 개편하기로 했다. 군검찰도 수사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국방부장관 및 각군 참모총장만 검찰단을 설치한다.

핵심은 재판권이다. 성폭력 범죄, 군인의 사망 원인이 되는 범죄, 군인 신분 취득 전에 범한 범죄 등에 대해서는 수사 및 기소를 포함한 재판권을 민간에 이관하게 된다. 전시 군사법원 운영을 평시부터 대비하면서 기존 군사법원 사건의 30% 이상을 민간 수사기관과 법원에 넘겨 군인들의 인권이 한층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2022년 7월 1일 개정 군사법원법이 시행될 때까진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민간 경찰·검찰과 군사경찰 및 군검찰의 협조 체계를 완비해야 한다. 군의 준비 태세나 군사보안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수사 절차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후 군사법 관련 조직이 그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돼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면, 군의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군사법원 폐지 등을 포함한 민간 이관 논의가 대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군은 명심해야 한다. 철저하게 전시를 대비하는 동시에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새로운 군사법 조직의 모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