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언론인협회(IPI)가 한국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는 결의문을 지난주 채택했다. 개정안 반대 성명을 발표한 지 한 달 만에 결의문까지 낸 것은 한국에서 벌어지는 언론통제 움직임을 그만큼 심각하게 본다는 방증일 것이다. 결의문에는 그런 싸늘한 시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IPI는 한국을 벨라루스·미얀마·홍콩·헝가리·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과 함께 ‘언론통제가 진행 중이거나 시도되는 국가’로 분류했다. 전 세계에서 자행되는 언론탄압 유형을 △폭행·감금 △감시 △경제적 압박 등 세 가지로 나눈 뒤, 한국을 경제적 압박을 통해 언론을 통제하려는 국가로 지목한 것이다. 미국기자협회가 “독재국가는 항상 그렇게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일을 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던 게 새삼 실감나는 분류다. 어쩌다 한국이 독재 치하의 이들 국가와 동급으로 취급받게 된 것인지 참담할 뿐이다. 앞서 유엔의 문제 제기로 ‘언론 후진국’ 오명을 쓴 데 이어 독재국과 나란히 이름이 거론된 것은 심각한 국격 추락이 아닐 수 없다.

국제적으로 쏟아지는 비난에 눈감은 채 반(反)헌법·반인권적 입법을 밀어붙이다 자초한 어이없는 나라 망신이다. 이미 세계신문협회, 국제기자연맹, 국경없는기자회 등이 경쟁적으로 한국 민주주의의 추락을 경고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와 휴먼라이트워치, 아티클19 등 국제 인권단체들도 매서운 비판을 보탰다. 지난주에는 국가인권위원회까지 나서서 언론 자유 위축을 우려했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조차 “말이 안 된다고 느꼈다”는데도 대통령은 침묵과 유체이탈 화법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니 ‘대통령 퇴임 보장용’ 입법이라는 야당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밖에 없다.

여당의 행태는 더욱 민망하다. 문제 조항을 삭제·수정하겠다더니 ‘추상적 문구’를 추가해 외려 손해배상 범위를 확대했다. 손배 상한을 ‘5배’에서 ‘3배’로 낮췄다고 생색냈지만 하한을 5000만원으로 못 박는 꼼수도 동원했다. 그러면서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 처리 강행을 공언했다. ‘여야 8인 협의체’ 가동이 여론 수렴의 알리바이를 위한 것임을 자인한 꼴이다. 국내 7대 언론단체가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 설립을 제안한 것을 계기 삼아 법안 포기를 선언하는 게 국격 회복의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