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대로 전국 곳곳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일산대교 통행료 면제’(공익처분)를 추진 중인 경기도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강원(미시령터널), 경남(마창대교), 광주(제2순환도로), 울산(염포산터널) 등이 민자(民資)사업으로 완공된 사회간접자본(SOC)의 요금 무료화 또는 인하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 지자체에 따라 추진 단계에 조금씩 차이는 나지만, 모두들 ‘우리도 일산대교처럼!’이란 구호를 외치고 있는 셈이다.

‘일산대교 무료화’라는 봇물이 터진 이상, 도미노처럼 파장을 낳을 수밖에 없다. 법무부 유권해석으로 한 차례 제동이 걸린 광주광역시의 제2순환도로 공익처분도 재논의에 부쳐질 정도다. 또 ‘경기도는 하는데 우리는 왜 못 하냐’는 식의 지역 여론이 팽배해질 것이다. 더욱이 내년 6월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앞둔 현직 지자체장으로선 한 표라도 도움되는 ‘이벤트’의 유혹을 느낄 만하다. 민자사업의 수익자 부담 원칙을 저버린다는 ‘포퓰리즘’ 비판쯤이야 한 귀로 흘리면 그만이라고 여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향후 민자 SOC 건설이 크게 위축될 것이란 점이다. 지자체들이 공익처분,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지원 축소, 통행료 인하 요구 등에 앞다퉈 나서면 민간의 민자사업 제안 자체가 사라질 것이다. 정부 SOC 예산이 2016~2020년 적게는 19조원대(이전엔 24조원대 안팎)까지 감소하면서 더욱 유용성이 커진 민자사업의 순기능도 크게 약화될 수 있다. 정부 지출의 우선순위가 갈수록 복지분야에 맞춰져 국토개발과 지역균형개발 수요는 뒷전으로 밀리는 상황에서 민자사업 위축은 국민 후생 감소라는 피해를 가져올 게 분명하다.

더구나 SOC는 금융권에서 이른바 ‘대체투자’라고 부르며 전 세계를 상대로 투자 기회를 엿보는 성장성 높은 분야다. 이런 부분을 관(官)이 ‘교통기본권’ 같은 프레임으로 무리하게 개입하게 되면 세계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을 기피할 게 뻔하다. 민자 SOC 운영권을 다수 가진 맥쿼리 같은 외국자본과는 통상 마찰도 불가피하다. 결국 일부 요금 인하나 무료화로 특정지역 주민이 혜택을 볼 수 있겠지만, 반대로 국민 혈세 낭비, 투자 위축에 따른 성장기여도 저하, 연기금 운용수익률 하락 등 적지 않은 국민적 피해를 몰고 올 것이다. 일산대교 무료화를 재고해야 마땅한, 차고도 넘치는 이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