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와 메타버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과장광고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차량교통국(DMV) 조사를 받고 있다. 테슬라는 완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미국자동차공학회가 분류한 자율주행 단계 중 2단계에 그친다. 제너럴모터스(GM) 등 다른 자동차 업체들의 기술과 별반 다를 게 없다. 2단계에선 운전대에서 손을 뗄 수 없고 도로를 주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테슬라의 자율주행차는 도로에 정지해 있는 차량을 들이받기도 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최근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능을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은 다른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도 비슷한 수준으로 구현하고 있다. 문제는 테슬라 소유주들이 자사 자동차가 더 진보했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늘어나는 자율주행차 문제들

머스크도 허황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말대로라면 이미 작년에 로보택시(무인택시)가 주요 도시에 돌아다녔어야 한다. 언론은 이제 자율주행 과대광고를 경계하고 있다. 우버 리프트 등은 자율주행 사업부를 이미 매각했다. 자율주행 기술이 정체되는 동안 인공지능(AI), 그래픽 컴퓨팅, 이동통신 기술 등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자율주행차가 안고 있는 문제는 다양하다. 무거운 물체가 다른 무거운 물체와 충돌해 상해, 사망, 재산 피해 등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런 결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 세계도 있다. 사람이 만든 가상의 세계는 이미 자율주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뮬레이션 환경을 통해 자전거 운전자, 손상된 정지 표지판, 바람에 날리는 비닐봉지 등 예상 밖 시나리오에 대비한 훈련을 하고 있다.

당신은 가상현실보다 실제 동료나 친구들과의 만남을 좋아해 여전히 차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보여준 옵션은 어떤가. 페이스북 오큘러스 헤드셋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이상한 아바타 집단으로 보일 수 있지만 서로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아바타는 언젠간 실제 사람과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진화할 수 있다.

페이스북이 가상현실 기술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메타버스’란 단어를 갑자기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픽 칩 제조사인 엔비디아는 최근 ‘옴니버스’라는 메타버스용 플랫폼을 내놨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메타버스 경제는 물리적 세계 경제보다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쉽고 즐거운 가상현실 세상

BMW가 독일 공장을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옴니버스 플랫폼을 채택한 것도 아이러니다. BMW는 사람들이 가상세계에서 사는 걸 선호한다는 게 밝혀질 경우 더 적은 사람들이 필요로 할 자동차를 제작하기 위해 가상 환경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가상의 세계는 현실보다 더 쉽고 재미있다. 당신이 여행을 원한다면 어떤 속도로든 달려갈 수 있다. 운전하다가 사고를 내고 싶으면 그럴 수도 있다. 뉴욕 시내를 시속 200마일로 달릴 수도 있다. 인간은 이미 수천 개의 비디오 게임 속에서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분명 자율주행차 시대는 오고 있다. 운전자들은 고속도로에서 아이패드를 갖고 놀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율주행차가 어떤 날씨에서도 운전자가 원하는 모든 장소에 데려다줄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은 여전히 아무 문제가 없는 클라우드 공간에 있을 수 있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Tesla and the Metaverse’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