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행 10년 만에 ‘인터넷 게임 셧다운제’를 폐지키로 한 것은 당연한 결정이다. 이런 ‘국가 강제형 규제’가 이제서야 바로잡힌 게 만시지탄이다. 셧다운제도 명분은 그럴싸했다. 청소년에게 수면권을 보장하고 PC게임 과잉을 정부가 막겠다는 취지였다. 그렇게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16세 미만 청소년의 인터넷 게임 접속을 강제로 막았다. 하지만 부모 아이디를 쓰는 청소년이 생기게 마련이었고, 1인 1휴대폰 시대에 PC만 막는 게 실효성이 있을 리도 만무했다. 게임시간과 수면부족에 명확한 상관관계가 없다는 전문가 연구도 나왔다.

명분에 집착한 책상머리 행정은 셧다운제만이 아니다. 잇단 헛발질 대책으로 다락같이 올려버린 집값을 의식해 거칠게 내놓은 대출규제도 본질은 같다. 급등한 전세비용을 대려거나, 주택 중도금·잔금 대출이 필요한 실수요자의 절박한 사정을 못 봤거나 외면했다. 야외와 밤 10시까지 술광고 금지, 모든 농수산물에 생산연월일 의무 표시, 주택의 매매·소유·재산권 행사와 관련한 무수한 제한과 금지 등 황당 규제는 끝이 없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국회는 규제개혁위원회와 민관합동 규제개선추진단이 추려낸 규제목록을 한번 살펴보기라도 하라. 노동·고용·환경·교육 등 곳곳에 엉터리 간섭, 과잉 개입이 널려 있다.

이 모든 게 ‘정부가 다 가르쳐 주고, 바로 이끌어 주겠다’는 오도된 신념, 그릇된 의무감과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어버이 국가’를 방불케 하는 전체주의 성향의 국가개입주의는 법 만능 관행과 결부돼 정부가 ‘공정한 심판’ 이상의 역할까지 다 하려든다. 청소년 게임시간 문제도 가정교육 차원의 일일 뿐, 애당초 국가가 개입할 사안이 아니었다.

효과도 의심스러운 통제일변도 방역도 마찬가지다. ‘국가 강제’라는 다분히 편의적이고 위압적 행정의 스텝이 뒤틀리면서 결국 ‘위드 코로나 전략’은 요원한 진퇴양난에 처해 있다. 셧다운제 같은 과잉 행정은 개선이 아니라 전면 폐지가 답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12세 이용 등급 게임 ‘마인크래프트 자바에디션’이 국내에선 19세 이상만 구매·이용할 수 있었고, 이게 논란거리가 되면서 결국 셧다운제를 손보게 된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뒤떨어진 한국형 규제가 국제적으로 한 방 맞은 셈이다. 정부가 국민을 가르치려 들고, 규제법규가 많아질수록 민간의 창의와 자율은 위축되기 마련이다. 셧다운제가 합헌이라고 했던 헌법재판소도 자성하며 되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