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vs 스칼릿 조핸슨
할리우드 배우 스칼릿 조핸슨의 눈물 젖은 사연이다. 손수건을 준비하라. 4년 전 조핸슨은 자신의 아홉 번째이자 마지막 어벤져스 시리즈 영화인 ‘블랙 위도우’ 촬영을 준비하고 있었다. 조핸슨은 힘 있는 배우이고, 세계 영화관 티켓 판매 수익에 비례해 일정 금액을 마블스튜디오에서 받아 왔다.

마블 모회사인 디즈니는 조핸슨의 반대에도 블랙 위도우를 영화관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에 동시 공개했다. 디즈니플러스는 시청자들이 30달러를 내면 이 영화를 안방에서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큰 수익을 올렸다.

조핸슨은 결국 디즈니를 고소했다. 마블과 맺은 계약에는 분쟁이 발생할 경우 비공개로 조정할 것을 명시하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조핸슨은 마블이 자신과의 계약을 위반해 영화관 수익이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출연 영화 OTT 서비스 논란

디즈니는 조핸슨의 소송에 대해 “세계적인 코로나19 상황을 외면한 슬프고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마치 디즈니가 사업적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예수님과 같은 구원자가 되기 위해 디즈니플러스에 영화를 공개한 것처럼 말이다. 계약상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중상모략을 일삼았던 마이클 아이스너 전 디즈니 최고경영자(CEO)의 정신이 아직도 떠돌아다니는 듯하다.

디즈니는 조핸슨이 이미 2000만달러를 받았다고 밝혔지만 분위기를 바꾸진 못했다. 우리는 조핸슨이 궁극적으로 얼마를 받는지에 대해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계약은 신뢰라는 줄로 현대사회를 하나로 묶어준다. 그래서 디즈니가 조핸슨과 합의한 것을 지킬 것인지에 우리는 약간의 관심이 있다. 디즈니는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영화관 매출 감소로 조핸슨에게 빚진 게 아니다. 디즈니플러스로 블랙 위도우를 서비스한 것이 문제다.

디즈니의 경쟁 상대인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기업으로 불리지만 드라마·영화 제작사가 된 지 오래다. 아마존과 애플이 하고 있는 구독 스트리밍 사업보다 좀 더 광범위하다. 넷플릭스는 가입자를 유지하거나 늘리기 위해 콘텐츠 제작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고 있다.

블랙 위도우는 개봉 첫 주말 글로벌 영화관 수익으로 1억5900만달러, 디즈니플러스에서는 60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추가 요금을 내고 싶지 않은 디즈니플러스 가입자들은 블랙 위도우가 무료로 스트리밍 서비스에 올라올 때까지 수개월을 기다릴 가능성도 있다.

독창적인 콘텐츠가 힘이다

한 가지 교훈은 콘텐츠 사업자들은 유통 사업도 겸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2000년 미국 인터넷업체 AOL과 미디어회사 타임워너의 합병, 2018년 미국 통신사 AT&T의 워너미디어 인수 등은 일반적으로 실패한 거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넷플릭스 디즈니 등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콘텐츠를 이동통신 서비스와 함께 묶어 가입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아마존이 TV 제조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콘텐츠 확장에 나서는 것도 당연히 이득이 된다.

조핸슨의 소송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콘텐츠다. 스트리밍 서비스 간 점유율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해소되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주목받는 것은 배우 작가 감독만이 제공할 수 있는 독창적인 콘텐츠일 것이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Disney Meets an Avenger’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