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10월이면 국민의 70%가 2차 접종까지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11월 집단면역 목표를 한 달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이 같은 목표가 현실성이 없을 뿐 아니라 가능하더라도 델타 변이로 인해 70% 접종률로는 집단면역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월 70% 2차 접종’이 가능하려면 두 달 반 동안 매일 36만 명 이상이 백신을 맞아야 한다.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3분기 백신 수급이 크게 틀어져 현재로선 달성 가능성이 희박하다. 게다가 감염력이 2.5배 강한 델타 변이의 출몰로 ‘70% 접종=집단면역’이란 공식도 이제는 무의미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전염병학회를 인용, “델타 변이로 집단면역을 위한 인구 조건이 80% 이상 90% 가깝게 높아졌다”고 전했다. 이어 “집단면역은 환상”이라며 100년 넘게 인류 곁에 머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이스라엘 등 접종률이 높은 국가에서 최근 확진자가 다시 늘자 부스터샷을 준비하는 것도 이제는 백신으로 코로나 감염 자체를 막기보다는 위중증·사망률을 낮추는 쪽으로 방역의 틀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단순히 확진자 수를 기반으로 방역단계를 정하고 70% 접종으로 집단면역을 달성하겠다는 우리의 방역 틀 역시 이제는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거리두기 4단계가 한 달이 넘었지만 여전히 확진자 수는 2000명 안팎이고 주말 기준으로 계속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최고 단계 거리두기가 확진자를 줄이지도 못하면서 애먼 자영업·소상공인들을 포함, 경제 전체를 나락으로 몰고 있는 것이다.

현재 방역체계는 ‘정치방역’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민주노총과 보수 단체들의 집회에 정부의 대응이 과연 똑같았는지 의문을 품는 이들이 많다. 광복절 당일에는 1인 시위를 막는다며 5공 시절을 연상케 하는 불심검문까지 자행됐다.

지난해 1.5%를 넘나들던 국내 치명률은 최근 0.1~0.2%대로 낮아졌다. 백신 덕분이다. 중환자 관리를 잘 하면 매일 확진자가 지난해 평균(180명)의 16배인 3000명이 나와도 사망자는 지난해 수준에 머물 것(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수)이란 주장도 있다. 중환자 치료와 사망자 축소 중심의 지속가능한 방역으로의 전환을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효과는 거의 없고 고통만 키우는 사적 모임 규제와 다중이용 시설 규제부터라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