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잔여 백신으로 접종하는 경우 30세 이상이면 누구나 맞을 수 있게 했다.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우려로 50세 이상만 접종키로 했던 원칙을 한 달 만에 바꾼 것이다. AZ 대상을 확대한 것은 모더나 백신의 공급 차질로 모더나·화이자 모두 부족한 상황이 되자 비교적 물량이 넉넉한 AZ 백신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AZ 백신은 혈전증 우려로 맞기를 꺼리는 사람이 많은 데다 접종대상이 2차 접종자, 60~74세 미접종자 등으로 제한돼 있어 비교적 물량이 많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잔여백신이 나와도 접종 희망자가 적어 현장에서 버려지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9월까지 국민 70% 1차 접종’이란 목표는 어떻게든 달성해야겠고 낮은 접종률을 비판하는 여론은 점점 높아지자 정부가 AZ 접종 대상 확대라는 ‘꼼수’를 쓴 것이다.

하지만 의학적 근거에 의해 정해야 할 백신 접종 대상을 백신이 부족하다고 마구잡이로 확대하는 것은 국민 건강을 실험대상으로 삼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동안 AZ 백신 접종 대상이 바뀐 걸 보면 기가 막힐 정도다. 첫 접종이 시작되기 전 ‘65세 미만’만 고려하다가 2월 11일 ‘18세 이상 전 연령’으로 확대했다. 그러다 2월 하순 ‘18~65세 미만’, 3월 말 ‘18세 이상 전 연령’, 4월 중순 ‘30세 이상’, 7월 초에는 ‘50세 이상’으로 계속 바뀌었다.

AZ 백신 기피는 부작용 탓이기도 하지만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이 불신을 조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또다시 AZ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백신 부족으로 원래 3주인 화이자 백신 접종주기를 4주로 늘리고 다시 화이자 모더나 모두 6주까지 연장하더니 부작용이 있다며 AZ 백신을 맞지 말라던 30~40대에게 이제는 다시 맞으라고 한다.

어처구니없는 일이 반복되는 것은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할 백신 문제에 자꾸 ‘정치’를 개입시키기 때문이다. 백신 도입이 늦었으면 사과하고 확보한 백신은 고령자·기저질환자 등 취약층부터 집중 접종하면 된다. 그런데 정치적 부담을 우려해 수치상 집단면역에 집착하고, 혹시 모를 수험생 감염에다 젊은 층의 표심까지 계산하다 보니 자꾸 스텝이 꼬이는 것이다. 방역은 과학이다. 취약층의 위중증·사망률을 낮추는 데 집중해야지 자꾸 이런저런 고려를 하다보면 점점 더 어렵고 복잡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