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칼럼] '조달기업 공제조합' 설립 시급하다
2005년 다수공급자계약제도(MAS·multiple award schedule)가 시행된 지 10여 년이 지났다. MAS는 중소기업 간 선의의 가격·품질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조달청이 세 곳 이상 기업과 단가계약을 체결하고 품질과 효율이 우수한 물품을 ‘나라장터’ 쇼핑몰에 등록하면 수요기관이 이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MAS는 지난해 기준 거래금액 14조7000억원, 거래품목 56만 개, 계약업체 수 1만 개에 달하는 대규모 시장으로 연평균 10%씩 성장하고 있다. 특히 계약업체의 98%가 중소기업으로 전체 거래금액의 73%를 차지하는 등 중소기업의 안정적 판로를 제공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점차 증대되는 MAS 시장의 규모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조달기업들이 부담하는 계약거래비용(보증수수료·대출이자 등)을 덜어줄 제도적 방안은 미비해 많은 기업이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 현재 MAS 조달기업은 계약이행 등의 담보를 위해 보증기관으로부터 보증서(입찰·계약·하자보수·선급금 지급 등)를 발급받아 조달청 또는 수요기관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여기서 문제는 조달기업은 보증수수료율이 공제조합 대비 2~3배 높은 민간보증기관이나 자금 대출 이자율이 높은 시중은행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업종별 공제조합 이용을 위해서는 면허·자본금 예치 등 특정 자격이 요구되기 때문에 대부분 조달기업은 사실상 활용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MAS 조달기업들이 부담한 계약보증수수료는 연평균 39억원에 달하며, 이 중 36억원(91%)은 특정 민간보증사 한 곳이 챙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유로 1만여 MAS 조달기업은 계약거래비용을 낮추기 위해 ‘조달기업공제조합설립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국회·조달청 등에 꾸준히 공제조합 설립을 요구해 왔다. 지난해 12월 공제조합 설립을 골자로 한 조달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돼 현재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조달기업공제조합은 MAS 기업 스스로 조달기업들의 상호협동과 자율적인 경제활동을 도모하고, 조달계약과 공공조달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설립하는 조합으로 정부 출연금 등 국고보조를 받지 않는다.

물론 일부에서는 재무건전성(보증사고율), 조합원 유치 곤란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으나, 추진위원회는 지난해 조달청에서 발주한 MAS 공제조합 설립 타당성 용역을 통해 설립 타당성을 검증받고, 이를 토대로 조달청과 협의해 가입자 수, 적정 출자금, 수수료 요율, 보증 사고율, 운영 인력, 예상 수입·지출 등을 종합 분석해 공제조합 설립 방안을 이미 마련한 바 있다. 또한 MAS 기업은 타 업종 대비 사고율이 낮고 토지와 건물, 생산설비 등을 갖추고 있어 공사 업종 등에 비해 사고보증금 회수가 쉬우며, 그동안 규모가 작은 업종별 공제조합도 부도나 파산한 사례 역시 아직 없다.

조달기업공제조합이 설립되면 조달계약의 체결 및 이행과 관련한 경영 안정에 소요되는 자금, 투자, 계약 의무 이행 등에 필요한 이행보증 등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조달기업들은 MAS 계약 시 부담하는 수수료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조달사업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돼 1만여 MAS 기업이 공제조합을 통해 거래비용 걱정을 덜고 저금리 자금대여 등 다양한 지원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