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2차 추경예산을 증액하면서 부족한 재원을 국방비 5629억원을 빼내 충당해 논란을 빚고 있다. 본예산에 편성된 방위사업청 소관 22개 사업 예산을 줄여 재난지원금 확대용으로 돌린 것이다. 정치권이 무리하게 추경 규모를 늘리는 바람에 우리 안보만 허물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삭감된 사업을 살펴보면 국방력 약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하나같이 우리 안보에 매우 중요한 ‘전력화 사업’이란 점에서 그렇다. 차세대 F35 스텔스 전투기 도입,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유도폭탄 4차 도입, 패트리엇 미사일 성능 개량 사업 비용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무기들이다. 북한 잠수함 탐지 및 격퇴를 위한 해상초계기-Ⅱ 사업 비용도 줄었다.

지난해 추경 편성 때도 국방예산이 ‘볼모’가 됐다. 2차 추경 때 1조4758억원, 3차 땐 2987억원이 각각 삭감됐다. 정찰위성, 해상작전헬기, 이지스구축함 도입 등 역시 군 핵심 전력이 그 대상이었다. 북한 핵·미사일 동향을 감시하는 정찰위성은 도발 징후가 있을 때 선제 타격하는 ‘킬체인’ 시스템의 주요 전력이다. 미군에 의존해온 대북 감시망을 우리 군 독자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전시작전권 전환의 필수장비다. 군은 지난해 깎인 예산이 올해 상당부분 반영됐고, 올해 빠진 예산도 내년에 다시 잡힐 것이라고 하지만 그만큼 사업 지연은 불가피하다. 더욱이 F35 전투기와 공중전에서 적과 아군을 구분해주는 피아식별 장치 예산은 2년 연속 깎였다.

더 큰 문제는 안보에 대한 안이한 인식이다. 재난지원금이 아무리 급해도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킬 안보에 견줄 수는 없다. 물론 군도 불요불급한 예산이 있으면 손봐야 한다. 그러나 다른 분야도 아니고 핵심 전력 예산을 세 번에 걸쳐 2조3000억원 줄인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표를 위해서라면 안보를 소홀히 다뤄도 된다는 것인가. 북한의 위협이 여전한데 안보가 ‘삼류정치’에 의해 허물어지는 것 같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가뜩이나 군 기강 해이 사건들이 잇따르면서 군 불신과 안보 불안감이 퍼져 있는 마당이다. 청해부대 승조원들의 코로나 집단감염 참사, 코로나 격리 병사 부실 급식, 성추행 피해 공군 여중사 사망, 장성 성추행 등으로 군의 신뢰는 땅에 떨어져 있다. 군기(軍紀)가 이 모양인데 국방예산마저 ‘추경 쌈짓돈’으로 다뤄지는 판이다. 대한민국 안보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