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목소리 방관자 효과'를 경계해야
크고 작은 산재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2020년 산재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882명으로 하루 평균 2.4명이며 2019년에 비해 3.2%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지난해 전체 사고 사망자 가운데 60세 이상이 347명(39.3%)이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에서 발생한 사고 사망자가 전체의 51.9%를 차지했고 그다음 제조업이 22.8%다. 그러나 최근에는 택배기사나 청소부 등 서비스 업종에서도 여러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한국의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수는 인구 대비 영국의 10배 수준이라고도 한다. 물론 신체적인 건강이나 체력 등의 개인차는 있겠지만 조직의 안전 체계나 업무 체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과도한 업무나 잘못된 조직 체제, 그리고 불합리한 조직 분위기가 산재의 원인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를 알리지 못하고 그대로 받아들이다가 결국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있다.

“힘들다”고, “잘못됐다”고 직원들이 자유로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중요하다. ‘목소리 내기(voice behavior)’란 제안을 하거나 의견을 표출함으로써 조직의 개선과 변화를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조직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이와 관련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개인뿐 아니라 조직 발전을 위해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현재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여러 문제 그리고 잠재적인 위험이나 문제를 발견했을 때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것은 조직의 변화와 개선을 가져올 수 있다. 특히나 업무와 관련된 비효율성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회사의 혁신과 생산성을 높이고 제품의 안전 문제, 의료 과실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직원들은 직장에서 이런 목소리를 내기를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직원 대부분은 이미 알고 있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상사인 관리자는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동료들과는 이런 우려 사항을 논의하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원과 영향력을 가진 상위 관리자들과는 적극적인 정보 공유를 하지 않는다. 직원들이 업무와 관련된 아이디어, 우려 사항, 의견 등을 관리자에게 알리는 것보다는 침묵하는 게 보통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현장에 있는 직원들은 모두 알고 있는 문제를 관리자만 모르고 있을 수 있다.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라는 격언처럼 모두에게 명백하지만 결코 공개적으로 언급되거나 거론되지 않은 분명한 비밀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때 한두 사람이 아닌 많은 사람이 그 정보를 알고 있을 때 특히나 비밀로 공유되기 쉽다. ‘목소리 방관자 효과(voice bystander effect)’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부정적인 비밀을 굳이 내가 관리자에게 알릴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그냥 묵묵히 방관하고 있으면 ‘나 말고 누군가가 이야기하겠지’라는 책임감의 분산이 일어난다. 많은 사람이 상황을 알고 있을 때 행동에 대한 책임은 모든 관찰자에게 분산된다. 자신만 전적으로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과 공유된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업무와는 별개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 중요한 건 그런 시간과 노력의 투입, 게다가 있을지 모를 위험 감수를 굳이 내가 할 필요가 있는가다. 권한을 가진 관리자에게 괜한 목소리를 냈다가 개인적으로 위험하기에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지적해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심리적으로 안전하다. 물론 목소리를 냄으로써 공공의 이익을 가져올 수 있고 개인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이 모든 것이 안정적이지 않으며 불확실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결국 내부 문제가 그 누군가의 사고나 죽음으로 인해 세상 밖으로 불거지기 마련이다. 이미 그 조직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히고 난 이후에야 말이다. 이처럼 불행한 결과를 피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 의견에 대한 분명한 보상 방법 등을 구상해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이 알고 방관적 태도가 형성되기 전의 초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그 첫 단추일 게다. 바로 구성원의 목소리에 민감한 조직만이 피해를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