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민연금, 얼마나 벌었나?
국민의 노후자금을 책임지고 있는 국민연금은 기금 운용으로 이제까지 얼마나 벌었을까? 국민연금의 적립금 규모나 적자 전환, 고갈 시점 등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민감한 관심과 우려를 보이지만, 운용 수익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국민연금기금은 1988년 적립되기 시작한 이래 올 4월 말까지 운용을 통해 482조원의 누계수익을 창출했다. 같은 기간 국민이 낸 연금 보험료는 645조원, 연금 급여 등으로 지출한 금액은 244조원이다. 그 결과 올 4월 말 현재 국민연금의 적립금은 884조원에 달하며, 세계 3대 연기금 중 하나다.

이런 국민연금과 관련한 논란의 핵심은 지속가능성 여부이며, 이를 위한 개혁 방안이다.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최대 요인은 저출산 고령화 추세로 인한 인구 피라미드의 역전현상이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가파르게 하락해 2020년에는 급기야 합계 출산율 0.84를 기록했다. 반면 고령화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르게 진행돼 2026년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는 1990년대생이 국민연금을 받게 될 무렵인 2054년부터는 연금을 내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인구 피라미드 역전으로 인해 불안정한 재정적 물구나무서기는 이미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과연 물구나무서기를 한 상태로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 연금개혁이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이미 연금급여를 수령하기 시작한 사람이 많아지고, 연금 부담에 대한 세대 간 갈등이 고조됨에 따라 ‘더 내고 덜 받는’ 연금개혁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운용 성과를 내는 것은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국민연금이 최근 2년간 거둔 수익률(2019년 11.34%, 2020년 9.58%)과 운용수익(2019년 73조원, 2020년 72조원)은 그런 기대가 헛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일례로 2020년에 벌어들인 72조원은 국민연금 보험료 수입(51조원)의 1.4배, 연금 급여지급액(26조원)의 2.8배에 달한다.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변동성이 높은 시장에서 안정적이고도 지속적인 기금 운용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투자 대상과 지역의 다변화를 통해 균형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투자 자산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은 2022년 말까지 전체 운용 자산의 50% 이상에 대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중요한 투자 평가 요소로 보겠다고 하고 있다. 셋째, 전문성에 기초한 판단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가급적 많은 전문가의 지혜를 모아 운용 성과를 높이도록 해야 한다. 국민연금운용본부 소속 전문가뿐만 아니라 외부 전문가를 적극 활용한다면 넓고 깊게 인사이트와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위탁운용 비율이 43%를 기록하고 있다.

위 세 가지 방안을 실행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우수한 인력과 인프라다. 특히 투자 대상과 지역이 확대돼 복잡성과 리스크가 커질수록 우수 인력과 인프라는 더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지난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운용역 성과급이 기본급의 86.7%로 결정됐으며, 이는 역대 최대 성과급 지급률이란 언론 보도가 있었다. 반가운 소식이다. 3월 말 현재 국민연금 운용 인력은 273명이다. 이들이 국민연금 수익률을 1%포인트만 높여도 운용 수익은 8조원이 증가한다. 국민연금이 최고의 우수 인력을 유지하고, 또 유치하는 데 드는 비용을 감내해야 하는 이유다.

연금개혁의 여정은 많은 사람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설득해야 하는 험난한 길이다. 국민연금 운용본부의 운용 인력에게 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를 함으로써 우수한 성과를 창출하게 하는 것은 험난한 연금개혁 방안 중 가장 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