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8500억원의 예산을 추가투입하면 모든 대학의 ‘반값 등록금’이 가능하다”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그제 국회 발언은 이 정부의 재정 중독이 중증 단계임을 새삼 확인케 한다. 유 부총리는 “재정당국과도 최대한 협의하겠다”며 반값 등록금 추진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전국에서 정원미달 사태가 벌어져 ‘대학 과잉’ 해소가 핵심 현안인 마당에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발언이다. 교육부 스스로 “대학 구조조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권역별 정원감축’이란 강제해법을 내놓은 게 불과 한 달 전이다. 유 부총리도 기회 있을 때마다 “질적 혁신으로 대학위기를 돌파해야 한다” “혁신하는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갑작스레 ‘교육 공공성’과 ‘국가 책임’을 운운하며 반값 등록금을 밀어붙이겠다니 이런 이율배반이 또 있을까.

‘반값 등록금’을 재원 문제로만 보는 협소한 시각도 납득할 수 없다. 기존 국가장학금 3조4000억원에 세금 2조8500억원만 더하면 총 12조5000억원인 대학(전문대 포함) 총 등록금 수입의 절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유 부총리의 설명이다.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려면 그 필요성과 정당성부터 제기하는 게 올바른 순서다. 불쑥 재원문제부터 던지는 것은 본말전도이자 무책임의 전형이다. 고등교육 목표는 국가 미래를 짊어질 핵심인재 양성에 맞춰져야 한다는 게 사회적 합의일 것이다. ‘대학 과잉’ 시대에 재정을 퍼부어 더 많은 학사 배출에 집중하는 것은 심각한 방향착오다.

세출은 효율과 공정이 핵심이다. 3조원의 추가 예산을 마련할 수 있다면 형편이 어려워 교육기회마저 박탈된 소외계층 지원에 집중하는 게 더 시급하다. 또 사회부총리를 겸하는 교육수장이면 교육분야로만 한정짓지 말고 더 좋은 사용처를 생각해보는 것이 기본적인 책무다. 잘못된 경제정책으로 급증한 실업자, 코로나19로 생존을 위협받는 자영업자, 취업 기회마저 박탈당한 청년 등 한 푼 예산이 아쉬운 곳이 널려 있다.

모순으로 가득한 유 부총리 발언은 정치적 배경을 의심케 한다. 3조원이면 청년들의 표를 가져올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의구심이다. ‘소비진작 효과가 미미하다’는데도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매달리는 거대여당의 포퓰리즘으로 국가 백년대계까지 오염시켜선 안 된다. 이런 식이라면 ‘9조원이면 대학 무상교육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조만간 나오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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