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SK 포스코 효성 등 4개 그룹이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오는 9월 ‘수소기업 협의체’를 설립하기로 해 관심을 모은다. 최고경영자(CEO) 협의체로 운영되는 일종의 ‘한국판 수소위원회’를 만드는 것이다. 2017년 글로벌 에너지·운송기업들이 설립한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가 국제사회에 수소에너지 사용을 장려하고 투자를 주도하듯, 국내 협의체도 수소 분야 투자와 산업생태계 구축 등을 이끌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수소산업 핵심 기업이 손잡았다는 점에서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수소는 탈(脫)탄소 움직임 속에서 필수적인 미래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맥킨지에 따르면 수소는 2050년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18%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2조5000억달러의 수소 및 연료전지 시장을 창출하고, 30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이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혈안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이 수소 활용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반갑고 다행한 일이다. 이는 일찌감치 수소차에 주목한 기업인이 있었던 덕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1998년 취임하자마자 연료전지 개발조직을 신설했고, 2년 뒤 첫 수소차를 개발했다. 2013년엔 세계 최초로 수소차 양산체제를 구축했다. 다들 ‘전기차 시대에 무슨 수소차냐’고 했지만 20여 년을 뚝심 있게 밀어붙인 결실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세계 수소차 판매의 69%를 점유하며 압도적 1위다. 한국은 자동차뿐 아니라 석유화학 철강 등 전통 제조업에서도 수소경제를 접목할 지점이 많다는 평가다.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수소산업도 기업인의 선견지명이 ‘씨앗’을 뿌렸다. 이를 토대로 후대 기업인이 뭔가 더 큰 것을 이루기 위해 뭉쳤다. ‘수소 어벤저스’ 또는 ‘수소 드림팀’이라고 부를 만하다. 석유 등 화석연료는 매장 자원이지만 수소는 기술 자원이기 때문에 기술력만 있으면 ‘수소 산유국’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 기업이 연합해 미래기술 분야에서 초격차를 유지하고 또 이를 더욱 벌려 나간다면, 한국이 수소경제의 글로벌 표준을 만드는 선도 국가가 될 것이다. 늘 그렇듯이 미래 먹거리를 고민하고 투자하는 것은 기업이다. 정부는 기업이 뛰는 데 걸림돌만 제거해 주면 된다. 이게 한국 미래 산업의 성공 방정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