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금강산서 골프대회?
많이 대중화됐지만 골프는 여전히 ‘사치스런’ 운동으로 인식된다. 주말에 회원제 골프장은 이래저래 1인당 30만원 안팎이 드는데 보통 월급쟁이에게는 만만찮은 부담이다. 골프가 아직까지 개별소비세 부과 대상인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한국의 50분의 1 정도인 북한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북한에서 골프를 치는 사람은 ‘최고 존엄’이거나 극소수 외국인 정도라고 봐야 할 것이다. 농구광으로 알려진 김정은이 골프를 치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그의 부친 김정일은 골프를 쳤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 언론들이 김정일이 한 라운드에서 38언더파 34타를 쳤다거나 홀인원을 11개나 했다는 등 황당무계한 소식을 전했다는 것 자체가 북한은 완전히 골프 불모지라는 방증이다.

북한에서 운영 중인 18홀 정규 골프장은 1987년 조총련이 지어준 평양 골프장이 거의 유일하다. 2007년 한국 아난티그룹이 지은 금강산 골프장도 있지만 2008년 관광객 피격사건 이후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그런데 지난주 이중명 아난티그룹 회장 겸 대한골프협회장이 금강산 골프장에서 2025년 골프세계선수권대회를 남북한이 공동 개최하겠다는 사업 제안서를 통일부에 제출해 눈길을 끈다. 국제골프연맹이 주최하는 이 대회는 아마추어 대상이다.

이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세계인을 향해 한반도 평화 메시지를 발신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도움과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반색했다. 금강산 1만2000봉(峰)이 병풍처럼 펼쳐진 골프장 모습이 중계된다면 세계 이목이 집중될 것이다. 하지만 성사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가장 큰 미지수는 김정은이다. 골프에 이렇다 할 관심을 보인 적 없는 그는 “금강산의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야 한다”고 폭언한 적도 있다. 북한이 관광산업 재개를 준비한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골프대회 개최는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 위반 소지도 다분하다. 2025년까지 남북한 및 미·북 관계가 어떻게 전개되느냐 역시 매우 중요하다.

북한에서 골프는 ‘자본주의 운동’으로 치부된다. 대회가 열려도 주민에게 공개하지 않을 게 뻔해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금강산 골프대회에 관한 설왕설래는 진정한 남북 관계 개선보다는 당국자들의 ‘보여주기’ 논의에 그칠 소지가 다분하다. 북한과 골프는 너무 거리가 멀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