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4주년인 오늘 대국민 특별연설을 하고 기자들의 질의에도 답할 예정이다. ‘국정 현안에 대통령이 안 보인다’는 말이 나온 지 오래인 상황에서 모처럼의 소통 행보로 기대를 갖게 하지만, 우려도 그에 못지않다. 우선 남은 임기가 1년에 불과한 데다 4·7 재·보궐선거 참패, 백신 접종 지연, 여야 및 당·청 관계 변화 등 악재 속에 국민 앞에 서야 한다. 대외 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국제질서 재편 속에 한국의 입지가 하루하루 좁아지는 게 느껴질 정도다.

지난 4년을 돌아보면 대통령이 이와 유사한 자리에서 내비친 근거 없는 자신감과 사실관계 왜곡이 잘못된 메시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2년 전 ‘국민과의 대화’ 당시 “부동산시장은 안정돼 있고, 부동산만큼은 자신있다”던 허언이 대표적이다. 올초 신년회견에서 “백신 접종과 집단면역 형성시기에서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빠를 것”이라고 언급한 기억도 생생하다.

이번만큼은 헛된 자화자찬과 일방적 주장으로 혼란을 키우기보다 ‘통합’이란 키워드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경제, 외교·안보, 사회 등 세 부문에서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비전 제시가 필수다. 경제 부문에선 참담한 결과를 낳은 정책 오류부터 바로잡는 것이 시급하다. 일자리·부동산 대란과 양극화는 감춘 채 “4년간 큰 성과를 냈다”고 공허한 자랑을 늘어놓은 기획재정부 같은 안일함이면 국민의 실망을 더할 뿐이다. 이상론에 치우쳐 길을 잃은 외교·안보에서도 현실적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실패한 ‘싱가포르 합의’식 톱다운 해법만 되풀이하지 말고, 미국의 대(對)중국·대북한 압박에 국익 차원에서 보조를 맞추는 전략 전환이 절실하다.

‘내로남불’로 대표되는 냉소적 분위기를 일소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국정 책임자의 의지도 중요하다. 그러자면 국민 눈높이에 못 미치는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가 우선 고려돼야 한다. 검찰 길들이기와 귀족노조 챙기기를 ‘개혁’이라고 강변하는 위선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백신 지연’ 역시 변명에 급급하기보다 진솔한 소통으로 추락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이번 연설은 대통령이 국민과 진지하게 마주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기회다. 4년 내내 지속된 퇴행에서 벗어나 미래를 위한 대전환의 계기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진영에 기반한 편가르기, 다른 것을 틀렸다고 단죄하는 독선에서 벗어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확인하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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