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풍의 암호화폐 시장이 여전히 뜨거운 관심사다. 주택시장의 ‘영끌’ ‘빚투’가 주식시장으로 옮겨가더니 암호화폐 시장으로도 번졌다. 오죽하면 이상 과열의 한국 암호화폐 시장에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별로 유쾌하지 못한 수식어까지 붙었다. 롤러코스터 같은 급등락은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아무 보호장치가 없는 이 시장에 뛰어드는 20~30대가 급증하고, 중추적 참여자도 이들 청년세대라는 사실을 어떻게 봐야 할까.

주식과 암호화폐 시장의 2030세대의 투자 행태는 불안정하고 비이성적으로 비친다. 영끌·빚투가 ‘몰빵·한탕’으로 한층 극단화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많다. 여러 갈래에서 위험성이 감지된다. 무엇보다 빚낸 주식 투자자 비율이 30대(17%)와 20대(16%)가 전 연령대에서 가장 많다. 올해 암호화폐 신규 투자자도 20대(33%)와 30대(31%)가 3분의 2다. 통계에 잡히지는 않지만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대출에 기댄 20~30대가 적지 않을 것이다.

암호화폐 시장의 영끌·빚투가 금액 면에서 주택시장보다는 적을 것이다. 하지만 변동성이 극심한 투기판 같은 곳에서 빚어지는 한탕주의는 집 구입보다 훨씬 위험하다. 투자 경험이 많지 않은 청년세대가 ‘고위험 지대’에 오래 머무르다가는 정신까지 피폐해질 수 있다. 자칫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정상적인 경제활동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 ‘승자는 소수, 패자는 다수’라는 현실은 어떤 유형의 투기적 시장에서도 진실임을 당사자들이 먼저 깨달아야 할 것이다.

마이너스 통장을 쥔 채 고위험 시장으로 달려가는 20~30대를 마냥 말릴 수도, 걱정만 할 수도 없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1차 원인인 집값 폭등도 정부·여당을 비롯한 기성세대 탓이 크다. 낡은 이념에 오도돼 현실성 없는 법과 행정의 후유증도 심각하다.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고 ‘관제 알바’를 만드는 데 재정을 퍼붓고 있으니 청년들에게 희망이 보일 리 만무하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앗아간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편향된 고용·노동 제도는 취업 자체가 어려운 진짜 노동 약자를 더 힘겹게 했고, 곳곳의 숱한 편법과 반칙은 ‘공정·정의’를 조롱거리로 만들었다. 상식·보편·합리의 가치를 상실한 기형적 법과 정책이 우리 경제를 떠받쳐온 기업가 정신까지 훼손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청년세대는 ‘기업가의 꿈’ 대신 한탕주의 베팅장으로 내몰리는 것이다. 좌절과 체념, 분노의 청년들을 속히 건실한 경제현장으로 불러올 수 있게 정책의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