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완 칼럼] 동학개미 vs 코인개미
작년 4월, 동학개미 운동이 불붙기 시작했다. 코로나 충격으로 코스피지수가 전달 1400대까지 급락하자 개인들이 주식시장에 대거 뛰어들었다. 외국인 매도물량을 받아내며 주가를 밀어올렸다. 삼성전자로 시작해 LG화학 네이버 등 우량주를 대거 사들였다. 들불처럼 일어났다 꺼지나 싶었지만, 1년 넘게 이어졌다. 그렇게 동학개미들이 ‘코스피 3000’, ‘코스닥 1000’ 그리고 ‘1000만 주주’ 시대를 열었다.

1년 후인 올해 4월 풍경은 사뭇 다르다. 증시가 주춤한 사이, 암호화폐 투자 광풍이 불고 있다.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의 나스닥 상장을 계기로 전 세계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한국에선 특정 코인의 하루 거래대금이 유가증권시장 전체 거래액을 웃돌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신규 코인이 쏟아지고, ‘대장 코인’ 격인 비트코인뿐 아니라 여타 잡(雜)코인에 대한 수요도 흘러 넘친다. 투자자는 사실상 100% 개미들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주식시장과 암호화폐시장은 얼핏 보면 비슷하게 돌아간다. 기업들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받고 주식을 상장하듯, 암호화폐 발행회사(재단)들도 암호화폐 공개(ICO)를 통해 암호화폐를 상장한다. 투자자들은 주식이든 암호화폐든 거래소를 통해 사고 판다. 주식투자를 해본 사람들이 암호화폐에도 관심을 갖기 쉽다.

하지만 주식과 암호화폐는 본질적 차이가 있다. 주식은 기업이 성장하고 이익을 내면 주가가 오르고, 배당을 통해 투자자들이 과실을 나눠 갖는다.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 등 주가의 적정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다양한 잣대가 존재한다. 동학개미들이 삼성전자를 4만원대부터 사모은 것도 적정가치보다 과도하게 떨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의 경우 발행회사가 계획하는 블록체인 연계 사업이 잘되면 코인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다. 그렇다고 코인 자체의 ‘가치’가 올라갈까. 이 부분이 주식과 다르다. 비트코인은 전체 채굴량이 2100만 개로 정해져 있어 ‘희소성’ 때문에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한다. 매장량이 한정된 ‘금’에 비유된다. 하지만 희소성이 곧 가치는 아니다. 수요가 있어야 한다. 어떤 거래나 서비스에 사람들이 몰리는데 특정 코인밖에 쓸 수 없다면, 수요가 공급을 웃돌아 코인 가격이 오를 순 있을 것이다. 아직 그런 사례는 없다.

주류 경제학계에선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CBDC)가 아닌 시중 암호화폐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반면 업계에선 ‘분권화한 화폐’라며 새로운 가능성을 강조한다. 세상에 뭔가 새로운 게 나올 땐 언제나 ‘기득권’과의 갈등과 혼돈이 있고, 살아남는 것과 사라지는 것들이 생긴다. 암호화폐가 어떤 과정을 겪을지 지금으로선 단정하기 어렵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암호화폐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동학개미 중에서도 고수익을 좇아 ‘코인개미’로 변신(變身)하거나, 둘로 분신(分身)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아무래도 디지털과 가상세계에 익숙한 20~30대 투자자들이 많다.

주식과 비교해 암호화폐는 투자위험이 높다. 한국거래소의 엄격한 상장심사를 거치는 주식과 달리, 코인은 민간거래소들이 자체 심사를 한다. 느슨할 수밖에 없다. 상장을 미끼로 투자금을 모으는 폰지성 사기도 용이하다. 암호화폐 시장은 가격제한폭이 없어 오를 때 화끈하고, 떨어질 때 아찔하다. 제도적 불확실성도 크다. 당국에서 규제와 단속을 거론할 때마다 시장이 요동친다. 여기저기서 ‘경고음’이 커지는 이유다.

주식투자자들 중엔 나름 공부를 하고, 논리를 세워 우량주에 투자하는 똑똑한 개미들이 많다. 암호화폐도 투자처라고 생각한다면, 매수하는 코인이 왜 오를 것으로 보는지 최소한의 자기 판단은 해야 한다. 막연히 ‘머니 게임’에 올라타는 투기를 하는 것도 개인 선택이지만, 손실의 고통 또한 온전하게 본인 몫임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