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20년 애증의 '천스닥'
코스닥지수가 1000포인트 고지를 밟아 ‘천스닥’ 시대를 다시 열었다. ‘닷컴 거품’이 한창이던 2000년 9월 이후 20년7개월 만이다. 많이 올랐다 싶은데, 실상은 겨우 기준지수(1000)를 회복한 것이다.

기술·성장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을 벤치마킹한 코스닥은 1996년 7월 1일 개설됐다. 중소·벤처기업들이 보다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였다. 처음에는 별로 관심을 끌지 못했다. 첫해 전체 거래량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하루치에 불과했다. 이듬해 외환위기가 터져 더욱 침체됐다.

코스닥이 본격 주목받은 건 1999년 IT(정보기술)벤처 붐이 일면서다. 외환위기 수습에 골몰하던 김대중 정부는 경제회생의 실마리를 벤처활성화에서 찾았다. 주가가 6개월 새 120배 뛴 새롬기술 등 ‘추억의 이름’들도 이때 등장했다. 코스닥지수는 283.44까지 치솟았다. 당시 기준지수가 100포인트였을 때니, 지금으로 치면 2834.4에 이르렀던 셈이다. 활황의 한편에선 주가조작 등 시장 신뢰를 추락시키는 사건들도 벌어졌다.

2000년 나스닥 거품이 꺼지자 코스닥도 곤두박질쳤다. 지수는 2003년 34.64까지 내려갔다. 개인이 많이 몰렸던 터라 곳곳에서 곡소리가 터져나왔다. 지수가 너무 낮아지자 정부는 2004년부터 기준지수를 1000포인트로 조정했다. 그냥 10배 높인 ‘착시’였을 뿐이지만 34보다는 340이 그래도 훨씬 나아보였다.

2005년 노무현 정부도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한때 700선까지 올라 ‘코스닥 부흥’의 기대가 높았으나 곧 다시 주저앉았다. 이때도 주가조작, 분식회계 등이 잇따랐고, 코스닥 불신의 골이 더 깊어지는 계기가 됐다.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치자 역대 최저인 261.19까지 떨어졌다. NHN 등 주요 기업들까지 코스피로 옮겨가면서 더 위축됐다.

코스닥이 부활 조짐을 보인 건 작년부터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씨젠 등 제약·바이오주가 앞장서서 달렸다. 배터리 소재주, 미디어 콘텐츠주들도 치고 올라오는 중이다. 최근에는 코스닥 종목의 퇴출 사례도 많이 줄었다. 2010년만 해도 상장폐지가 75곳에 달했지만, 최근엔 연 10~30여 개 수준이다.

코스닥이 ‘천스닥’으로 회복하기까지 20년간 나스닥은 250% 뛰었다. 나스닥이 ‘만스닥’으로 점프한 것은 애플 아마존 등 혁신기업들의 힘이다. ‘천스닥’을 이끌어갈 더 많은 스타가 등장하길 기대한다.

박성완 논설위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