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2년째 감소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국민소득’에 따르면 1인당 GNI는 3만1755달러(약 3747만원)로 2019년보다 1.1%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2009년 이후 10여 년 만에 2년 연속 뒷걸음질이다.

한국은행의 설명이나 평소 정부의 핑계대기가 아니더라도, 장기화하는 코로나 충격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환율 변화에 따른 감소요인도 있다. 하지만 세계 공통의 코로나 쇼크나 환율 요인에만 소득 감소 이유를 돌릴 순 없다. 국내 생산(GDP)과 소득 자체가 ‘최대한 좋게 봐도 장기 정체, 냉정하게 보면 후퇴’인 것은 원화기준이든 달러로 환산하든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대한민국 경제가 성장동력을 잃은 채 ‘조로(早老) 징후’로 겉늙어 가는 서글픈 현실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과도할 정도의 친(親)노조 고용·노동제도부터 규제 일변도의 기업 옥죄기 정책까지 모두 경제활력을 키우자는 쪽과는 거리가 멀다. 소위 부자증세와 수년째 지속돼온 재정 무한확장으로 분칠한 ‘반짝 경제지표’들이 지속될 수 없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은 급등한 최저임금의 부작용으로 인해 일찌감치 거덜났고, ‘혁신성장’도 온갖 규제로 인해 공허한 구호가 돼버렸다. 3류 행정, 4류 정치가 금융과 산업의 발목을 잡으며 경제를 퇴보시키고 있다.

2년째 소득 감소는 그 결과물이자 국제 성적표다. 이런 ‘신한국병’을 고칠 대반전의 계기가 없다면 ‘소득 3만달러의 덫’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행정의 일대 전환은 물론, 규제입법을 쏟아내는 여당이 정책 방향을 180도 바꿔야 한다. “공정경제, 혁신성장, 재정동원 일자리, 한국판 뉴딜 등 주요 정책마다 나랏돈을 쓰면 쓸수록 GDP가 오히려 줄어든다”는 한국국제경제학회의 연구보고서에 정부·여당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6년 1인당 소득 2만달러를 처음 달성한 뒤 3만달러에 도달(2017년)하는 데 11년 걸렸다. 지금의 퇴행적 정치 문화와 행정 관행, 기울어진 노사관계로는 4만달러, 5만달러 시대는 꿈도 못 꾼다. 당장 올해 GNI가 개선될지도 장담할 수 없다. 설령 코로나 충격에 따른 기저효과로 조금은 개선된다 해도 내년 이후 다시 역성장 수렁에 빠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성장하지 못하면 정체가 아니라 2만달러대로 곤두박질친다는 게 문제다. ‘베네수엘라 닮아간다’는 경고를 흘려들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