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용의 디지털세상] 비트코인 열풍 부른 MZ세대 문화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5000만원을 훌쩍 넘으면서 비트코인 관련 뉴스가 쏟아지고 거품 논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비트코인은 코로나 팬데믹이 막 시작된 작년 3월 개당 4900달러대에서 지난달 16일 5만달러로 1000% 이상 뛰었다. 비트코인 가격이 이렇게 폭등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 세계 모든 나라가 경쟁적으로 쓴 양적완화 정책의 나비효과이고, 둘째는 테슬라와 JP모간 등 첨단기업과 금융 메이저까지 투자에 가세하거나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1조7000억원어치의 비트코인을 매입, 자동차 업체 중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히 설명이 안 된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2030 MZ세대가 주축이 된 글로벌 개미군단의 투자 열기다. 2019년 4월 온라인으로 실시된 해리스 설문조사에 따르면 MZ세대는 비트코인에 대해 60대보다 3배, 50대보다 2배 더 친숙한 것으로 나타났고, 모든 연령대의 친숙도를 능가했다.

MZ세대는 왜 비트코인에 열광하는 것일까. 가격 급등락에 따른 단기 이익을 보고 투자에 열을 내기도 하겠지만 그 밑바탕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잠복해 있는 것 같다. 이를 파악하려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금융 시스템이 흔들리면서 수많은 기업이 무너졌고, 거리엔 실업자가 넘쳐났으며 자산 가치가 폭락해 서민들의 고통은 극에 달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달러를 마구 찍어내 부실 금융회사와 기업을 살렸다. 그렇게 살아난 금융회사와 기업의 CEO들은 그 돈으로 성과급 파티를 벌였고, 이에 분노한 개미 투자자들은 ‘월가 점령’이란 극단적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이런 사태를 경험하면서 달러와 제도권 금융, 중앙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졌고, 누구도 개입이나 조작할 수 없는 화폐를 꿈꾸는 그룹이 생겨나게 됐다. 이것이 2009년 비트코인이 탄생한 배경이며, 당시 피눈물을 흘리던 부모님을 목격한 세대가 MZ세대다.

이들은 성장하면서 디지털 문화에 익숙해졌고, 모바일을 우선적으로 사용하며 온라인상에서 누구와도 쉽게 친구가 될 수 있다는 ‘후렌드(who + friend)’ 문화를 형성하면서 SNS, 유튜브, 틱톡 등의 플랫폼을 통해 적극적인 참여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이런 행동양식은 최근 주식시장을 뜨겁게 만들었던 ‘게임스톱 사태’에서 여지없이 나타났다. 이들은 온라인상에서 힘을 합쳐 헤지펀드들의 공매도에 맞서 대항하며 다시 한 번 금융회사들의 욕심과 월가를 중심으로 한 중앙집중적인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이런 불신이 탈중앙화를 기반으로 네트워크 내 모든 참여자가 공동으로 거래 정보를 검증하고 기록을 보관함으로써, 공인된 제3자의 개입 없이도 투명하게 무결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암호화폐에 열광하게 만든 요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들의 선택이 맞든 틀리든 MZ세대는 중앙화된 정부나 기업에 발행이 좌우되지 않고, 정해진 규약의 프로그램에 의해 발행되고 거래되는 비트코인을 선호하고 있고 이를 넘어서 좀 더 투명하고, 공정한 경제·사회·문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의 참여와 소신의 표현들이 우리 사회를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히든 챔피언》의 저자 헤르만 지몬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해서 모든 것이 디지털화할 수는 없다”면서 “그러나 디지털화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디지털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렇다면 화폐가 디지털화할 수 없는 이유가 있겠는가. 화폐의 디지털화는 미래에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단지 무늬만 디지털화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성·투명성을 기반으로 특정 집단에 좌우되지 않는, 정해진 규칙대로 발행되고 운영되는 화폐, 금융, 기업, 사회를 요구하는 MZ세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