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기업인, 희망을 만드는 직업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2021년, 백신 없이 맞이한 새해. 누구나 쉽게 희망을 이야기하기 힘든 상황이다. 누구는 포기하지 말라고 얘기하지만, 희망은 그런 말 한마디로 오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희망은 결국 누군가가 그 구체적 결과를 만들어내야만 한다. 그리고 우리 기업인들은 경제적 윤택함이라는 성과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2021년의 희망은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해답은 전대미문의 재앙을 겪고도 살아남은 2020년에서 구할 수 있을 것이다.

2018년부터 시작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이후 주 52시간 근로제 전면 시행 중에 찾아온 코로나19 사태는 자영업자 비율이 25%가 넘는 대한민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줬다. 최저임금 선상에 걸려 있던 많은 근로자들이 아예 실업자가 됐고, 그나마 대출이 가능한 일부는 막다른 골목에 몰려 지옥 같은 골목상권의 전장으로 내몰렸다. 그들의 몰락은 예견된 결과였다.

그런데 지난 연말 언론을 통해 나오는 뉴스는 전혀 다른 모습의 세상이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2000조원을 향해 달리고, 상장사 중 118개 기업은 역대급 실적을 내고, 배를 만드는 조선업은 중국을 물리치고 세계 1위를 탈환했다는 소식이었다.

지루한 장마 속 먹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열리듯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빛은 어딘가에서 비치고 있었다. 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 반도체 업종에서 뻗친 빛은 코로나19의 짙은 그림자를 무색하게 했다. 심지어 같은 항공운송업 안에서도 생과 사의 길은 분명히 갈렸다. 초토화된 여객운송업과 초호황을 누리는 화물운송업 사이의 명암은 한 회사 안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아비규환이 된 지옥 같은 상황에서도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힘은 어디선가 솟구치고 있었다.

힘의 원천은 다양성과 집중력이었다. 그중 다양성은 생존과 직결된다. 아무리 훌륭한 경영의 신도 모든 사업에서 성공을 거둘 순 없다. 그래서 기업인들은 포트폴리오라는 다양성을 구성한다. 생존 이후 기대 이상의 성공이 이어졌다면 그것은 집중의 결과다. 선대 기업인들은 다양성 속에서 시대를 이끌 ‘잘될 한 놈’을 찾아 그것에 집중해 큰 성공을 거뒀다.

1995년 휴대폰 10여만 대를 폐기한 한 기업인의 결기는 당시 현장에 있던 임직원뿐 아니라 방송을 지켜보던 수많은 납품업체 직원들에게도 큰 충격과 자극을 줬다. 이후 그룹의 명운을 건 집중 투자와 직원들의 투혼이 이어졌다. 그리고 숱한 고난을 이겨낸 결과 삼성전자는 오늘에 이르렀다.

누군가 그 길을 이어가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모두가 절망으로 고개 숙이고 있을 때, 희망을 향해 먼저 일어서는 사람. 그리고 결국 희망을 만들어내는 사람. 그런 사람이 기업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