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위원 칼럼] 최저임금委 공익위원들의 고뇌
올 상반기 최저임금위원회는 2022년 최저임금 의결을 위해 문재인 정부 임기 내 마지막 심의를 한다. 다음 연도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하는 법정 시한은 매년 6월 29일이지만 이를 넘기는 일이 다반사였다. 노사 단체 대표 위원들이 타협점을 찾지 못해 시한을 넘기면 공익위원들이 중심이 돼 7월 중순에야 표결로 처리한다.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공익위원의 역할은 매우 크다.

현 정부 들어 처음 2년간 최저임금액은 29.1% 인상됐다. 영세 사업주와 자영업자들이 거세게 반발했고 일자리 충격 부작용마저 나타났다. 정부는 부랴부랴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설해 매년 3조원 가까이 지원했다. 그다음 2년은 2.9%와 1.5%로 속도 조절에 나섰다.

文정부 마지막 최저임금도 난제

작년 7월 노동계가 최저임금 1.5% 인상에 반발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자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안에 최저임금 공약 달성은 어렵게 됐다”고 사과까지 했다. 임기 마지막인 2022년 최저임금액이 시급 1만원이 되려면 또 14.7%를 인상해야 하는데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올해 노동계는 “외환위기 때보다 후퇴한 최저임금 인상률을 정상화해야 한다”며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해 이미 1만770원의 최저임금 요구액을 내놨다.

노사단체가 ‘협상’ 방식으로 최저임금액을 결정하는 현행 최저임금 결정 시스템에서 정부가 노동계 목소리를 무시하기는 어렵다. 정치 일정도 부담이다. 4월 보궐선거부터 시작해 내년까지 선거 국면이다. 여야 정치권도 노동계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영세 사업주와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절박하다. 임금 지급 능력은 고사하고 당장 생사기로에 서 있다.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극한 대립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사이에 타협점을 찾기가 불가능한 상황임을 놓고 보면 공익위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그런데도 공익위원들의 입지는 좁아졌다. 노사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기 어려운 처지인 데다 자신들을 위촉한 정부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모르긴 몰라도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을 비롯한 공익위원들은 당장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 때마침 5월 13일이면 공익위원의 임기도 끝난다. 현재 공익위원들은 2019년 5월, 당시 11대 공익위원들이 1년 만에 전격 사퇴하는 바람에 잔여 임기 동안 위촉된 보궐위원이다.

정치적 고려보다 경제 우선해야

공익위원을 새로 위촉하지 않고 현재의 공익위원으로 최저임금 심의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정부 쪽에서 흘러나온다. 시한이 촉박한 데다 공익위원을 신규 위촉했다가 경험 부족으로 최저임금위가 파행될 경우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노동, 경제 분야 전문가인 공익위원에게 과중한 책임과 정치적 부담까지 지우는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놓고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를 이원화해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나누자는 법 개정안이 나온 배경이다. 그러나 2019년 2월 발의된 후 지금껏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표’와 별 상관이 없는 법안이기 때문이다.

결국 공익위원들만 쳐다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노사 어느 한쪽은 극심한 반발이 불가피하다. 여기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충격까지 고려해야 한다. 공익위원들의 고심이 깊어졌다. 개인적 소신, 정치적 고려보다는 경제와 민생을 우선할 때다.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