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코로나 1년' 통계로 본 한국 경제
‘코로나 겨울’이 다시 돌아왔다. ‘정체 불명의 폐렴이 우한에서 발생했다’는 세계보건기구(WHO) 발표(2019년 12월) 이후 1년이 돼 간다. 지난해 12월 첫 발생 이후 전 세계 신규 확진자 수는 전형적인 ‘지수함수’식으로 증가하는 중이다. 한국도 신규 감염 규모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가 코로나 이전으로 온전히 돌아갈 순 없다. 오히려 10%를 잃을 것”이란 말이 충격적이었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못 지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든다.

먼저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1% 성장이 예상된다. 마이너스 성장은 1953년 통계 작성 이후 1980년 석유파동(-1.6%), 1998년 외환위기(-5.1%)에 이어 세 번째다. 역성장 배경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부진(-4.5%)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한국은행).

가계는 ‘더 먹고’ ‘덜 입고’ ‘덜 놀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식료품비(18.7%)는 두 자릿수 이상 늘었다. ‘확찐자’라는 우스갯소리도 돌았다. 다만 의류비(-14%), 교통비(-12%), 문화비(-28%) 등의 실외 씀씀이의 감소를 넘어서지는 못했다(통계청). 그러다 보니 저축이 1년간 10% 늘었다(한국은행). 20년 만에 가장 높은 저축률이다. ‘위기가 금방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가계의 불안한 미래 인식을 보여준다.

기업의 수익성은 ‘K’자형 양극화를 그려 가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금융업 등 제외)의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79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감소했다. 이것도 어찌 보면 ‘삼성전자라는 마스크’를 쓴 결과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제외하면 -18.8%까지 떨어진다(한국거래소). 전반적인 수익성 악화 속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 수출·내수 기업 간 수익차는 더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일시휴직자가 늘면서 근로자 계층 사이에도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월평균 정규직 임금(323만원)과 비정규직 임금(171만원)의 차이는 152만원으로, 2004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고용노동부).

‘집콕’ 생활이 계속되면서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사업이 벌어지고 있다. 전례 없던 비대면 사업이 등장했다. 한국에서 금기시되던 ‘비대면 진료’도 코로나 긴급 상황에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80만 건의 병원 밖 진료가 이어졌지만, 오진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배달 시장은 3년 새 60% 증가해 24조원을 달성했다(공정거래위원회). 안방 매출도 크게 늘었다. 인터넷 쇼핑은 분기별 성장세가 20%에 이르렀다(통계청). 반면 운수업(3분기 -57%), 숙박 및 음식업(-9%), 교육서비스업(-11%) 등 오프라인 매출은 크게 줄었다(여신금융협회).

부모의 재택근무, 자녀의 홈스쿨링은 일상이 됐다. 기업 절반(49%)이 재택근무를 운영 중이고,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활용할 것’이라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고용부). 신뢰도 조금 더 쌓인 듯하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가 신뢰할 만하다고 느꼈다’는 응답이 61%에 달했다(한국리서치). 신뢰가 쌓이면 의지할 사람이 많다는 것이고, 경제 활동에 새로운 기회가 활발히 창출된다.

올해 글로벌 경제지에 많이 나온 단어를 꼽으라면 필자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라고 본다. 항시적인 위기 상황에서 조기경보시스템을 갖추고 혁신해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이 현재까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방역과 경제에서 선방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예기치 못한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유연한 법과 제도, 불확실한 미래에도 공동선을 향해 신뢰의 자본을 쌓아가는 사회, 수익 하락 도미노에도 선진적인 경영 프랙티스로 미래를 내다보는 기업들이 만들어가는 ‘기회의 2021년’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