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첫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밝힌 국가비전은 그가 집권여당의 유력 대선후보 중 하나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이 대표는 연설에서 “제가 꿈꾸는 대한민국은 함께 잘사는 일류국가”라며 행복국가, 포용국가, 창업국가, 평화국가, 공헌국가라는 5대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는 복지국가에서 행복국가로 넘어가고 있다”며 ‘잘사는 나라, 행복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점을 가장 앞에 내세웠다.

거대 여당의 신임 대표이자 차기 대선 주자가 국민 앞에 자신이 지향하는 구체적인 국가상을 밝힌 것은 의미가 크다. 제시한 비전도 21세기 대한민국이 달성해야 할 목표들을 적절히 표현했다고 본다. 그러나 문제는 비전을 실천할 방법론이다. 이 대표가 밝히 방법론이 문재인 정부의 정책틀을 별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는 연설 곳곳에서 현 정부의 정책기조와 차별화하기보다는 계승·발전시킨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용보험 전 국민 확대, 경제민주화 실현, 행정수도 이전 등 균형발전을 상세히 언급한 것 등이 그렇다. 이 대표의 여권 내 입지상 문 대통령과 차별화를 앞세우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도 미래지향적 정책이 보이지 않은 점은 안타깝다.

이 대표가 제시한 국가비전을 실현하려면 경제부터 살려야 한다. 온갖 부작용과 실패가 확인된 기존 경제정책의 틀을 확 바꾸는 게 필수다. 그렇지 않으면 코로나 이전부터 병세가 깊어진 우리 경제의 ‘기저질환’을 치유할 수 없고, 경제도 못 살린다. 이 대표는 지난 3년여간 정부가 추진해온 소득주도 성장이 실패했음을 겸허히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성장잠재력 복원이 가장 시급한 만큼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고비용·저효율과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극복할 노동개혁 실천의지가 절실하다. ‘덩어리 규제’를 쏟아내는 거대여당의 입법폭주부터 자제하겠다는 선언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 정책 개조를 위해선 야당과의 협치가 필수다. 지난 4·15 총선에서 176석을 차지한 여당은 지금까지 주요 법 개정을 사실상 독단으로 추진해왔다. 독선과 일방통행에서는 합리적인 정책이 나올 수 없다. 이 대표가 연설에서 “정쟁을 중단하고 통합의 정치를 실천하자”며 중단된 여·야·정 정례대화 재개를 야당 측에 제안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그러려면 거대 여당이 먼저 야당을 국정파트너로 인정하고 입법과 정책결정의 독주와 오만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