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기 시작했다”고 언급한 것을 계기로 정부가 쓰는 주택가격 통계의 신빙성 논란이 또다시 커지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에서 “국민에 염장을 지르고 있다”(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비판이 거세지자 청와대와 거대 여당은 “대통령이 맞다. 부동산 대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고 엄호하는 모습이다.

대통령 ‘집값 안정론’의 근거는 한국감정원 통계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상승률은 11%”라고 답해 파장을 일으켰을 때도 이를 인용한 것이다. 감정원 통계를 보면 7·10 대책 후 집값 상승률이 주춤한 것처럼 보인다. 최근 4주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 ‘0.06%→0.04%→0.04%→0.02%’로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문제는 이 통계가 시장 동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감정원은 아파트의 경우 1만6000여 표본가구를 대상으로 월 1회 실거래가를 조사하고, 실거래가 없으면 과거 유사거래를 파악해 데이터를 산출한다. 조사 횟수가 한 달에 한 번뿐이고, 오랜 기간 매매가 없을 경우 한참 전 거래와 비교해 등락률을 뽑아내 현실과 괴리가 크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국민은행 주택시장동향 조사를 많이 쓴다. 이 조사는 표본가구수가 3만여 가구, 조사 횟수가 주 1회로 감정원보다 훨씬 많아 시장의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국민은행의 주간(13일 기준)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가격은 0.5%나 폭등해 감정원 통계와 큰 차이를 보였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이런 실상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국민의 체감과 다르더라도 국가가 공인한 통계를 얘기할 수밖에 없다”(김현미 장관)는 궤변으로 고집을 부린다. 회심의 7·10 대책에도 집값이 떨어지지 않고, 전셋값이 고공행진이니 이런 무리수를 둔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여당에선 ‘8말9초 집값 안정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진성준 의원은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면 국민들이 집값 안정을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통계에 근거해 세운 대책으로 무슨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정부가 세계 유례를 찾기 힘든 ‘부동산감독원’까지 만들 기세다. 입맛대로 통계를 선택하는 정부 앞에서 국민은 집값대책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