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에너지 소비 효율
지난달 친구들 모임에서 에너지소비효율이 화제가 됐다. 한 친구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집에 있는 TV를 바꿨더니 전기료가 차이 난다는 것이다. “무슨 TV 하나를 바꾼다고…” 하고 물었다. 이전 TV가 화질은 마음에 들었으나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이 3등급이었단다. 오래되기도 했고 화면에서 열도 많이 나서 여름 전에 바꿨다고 한다. 에너지효율 1등급 제품으로 바꾸니 아파트 관리비가 월 2만원 정도 차이 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친구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지난해 에어컨을 저렴하게 샀는데 에너지효율 5등급이었단다. 얼마 사용하지 못하고 바로 1등급으로 바꿨다고 했다. ‘싼 게 비지떡’의 전형이라고 흥분했다. 우리는 각자 집에 가서 가전제품의 에너지등급을 살펴보기로 하고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필자도 집에서 살펴보니 3등급 제품이 몇 개 있었다. 아마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했으니 구입했으리라. 최근 우리 가전제품은 기술 수준이 높아 오랜 기간 사용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냉장고 세탁기 TV 에어컨 등의 교체 주기가 6~10년 정도 된다. 10년 이상 사용하는 사례도 많다. 그런데 제품 가격, 사용주기와 함께 에너지효율을 따져봐야 한다.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도 알게 모르게 많을 것이다.

에너지효율에 대한 규정과 규제가 생각보다 촘촘하다. 냉장고 에어컨 등의 에너지효율등급 신고 의무화, 신고 없이 생산하거나 파는 경우 벌금 부과, 생산·판매의 최저 기준 등이다.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서 세밀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더 합리적인 에너지 소비에 대한 문제다.

요즘 세계 경제와 우리 경제의 날씨는 ‘흐림’이다. 세계가 ‘자국 우선주의’로 급격히 돌아서고 있다. 자국 중심의 경제정책은 국제 교역을 위축시키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는 더 큰 압박을 받는다. 수출이 원천적으로 어려운 이때 내수는 경제 활성화에 꼭 필요하다. ‘소비는 미덕’이 더 강조되는 시점이다. 새로운 소비가 적극 권장되고 있다. 합리적인 소비가 반드시 함께 고려돼야 한다.

에너지는 어느 때든 절약이 미덕이다. 집에 있는 가전제품의 에너지효율등급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가급적 1등급 중심으로 소비하면 좋을 듯하다. 소비 시간을 고려해 구매 가격과 등급을 비교하는 수고도 그리 큰 시간 낭비는 아닐 듯하다.

곧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다. 이맘때면 많은 가정에서 에어컨 사용으로 실랑이를 한다. 더위를 느끼는 정도에 따라 다르기도 하지만 전기료 걱정과도 맞물려 있다. 건강상 에어컨을 적정 시간 간격으로 끄고 환기도 해야 한다. 건강한 소비를 위해 우리의 현명함을 보여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