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비씨카드·우리은행으로 하여금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 주식을 기존 한도 이상 보유하게 하는 안을 승인했다. 특히 비씨카드는 케이뱅크 지분을 인터넷전문은행법상 최대 한도인 34%까지 늘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케이뱅크가 처음 그렸던 모습은 이런 게 아니었다.

원래 인터넷전문은행은 정보통신기술(ICT)과 금융 간 결합으로 기존 금융시장에서 ‘메기 역할’을 하게 한다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이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라도 ICT 기업 등에 한해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한 취지다. 이에 따라 1호로 출범한 케이뱅크는 당초 KT를 최대주주로 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예상되는 케이뱅크의 지분 변화를 그려보면 비씨카드 34.0%, 우리은행 26.2%, NH투자증권 10.0%의 구도가 된다. 처음 구상과 달리 케이뱅크는 KT가 아니라 비씨카드를 최대주주로 맞이하는 동시에 은행법상 자회사 편입 기준에 따라 우리은행 자회사가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된 이유가 금융시장의 경쟁환경 변화가 아니라 규제 때문이라는 데 있다. 경직적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걸림돌이 됐다. ICT 기업은 공정거래위원회와의 분쟁이 빈발할 수밖에 없는데도 대주주 심사 요건이 이런 점을 사전에 고려하지 못해 KT의 과거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 이슈가 발목을 잡았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완화하는 법 개정으로 자본확충의 길이 열렸지만, 최대주주 비씨카드에 우리은행 자회사라는 전혀 다른 그림의 인터넷전문은행이 되고 말았다. 이런 식으로 규제 변수가 튀어나오면 그때마다 지배구조는 출렁일 수밖에 없다.

인터넷전문은행이 ICT뿐 아니라 유통 등 다양한 분야와 금융의 시너지 결합으로 기존 금융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려면 지배구조 불안부터 해결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금융당국은 금산분리에 따른 산업자본의 지분 제한, 은행 위주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 규제 불확실성을 근본적으로 해소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