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판 뉴딜에 금융과 민간 자금이 참여하는 ‘뉴딜 펀드’ 조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중소벤처기업부는 ‘스마트대한민국펀드 출범식’을 그제 열었다. 중기부는 1조원 규모의 스마트펀드에 네이버 넷마블 크래프톤 무신사 등 벤처 1세대 기업과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 대로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이 한국 경제의 미래라는 점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방식이 꼭 정부가 주도하는 스마트대한민국펀드여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정부가 펀드 조성을 주도하며 참여를 독려하면 규제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기업들은 거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정부는 제2 벤처붐을 조성한다고 했다. 시장에서 자율적 생태계가 형성돼야 벤처붐이 가능하다는 것은 미국이 잘 보여준다. 닷컴 거품 붕괴 이후 미국의 나스닥과 벤처, 벤처캐피털은 얼마 안 가 정상궤도를 달렸지만 한국의 코스닥과 벤처, 벤처캐피털은 장기간 빙하기를 거쳤다. 정부가 벤처투자를 독려해오고 있지만, 민간이 주도하는 벤처붐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한국만큼 정책펀드가 많은 나라도 드물다. 예산이 투입되는 모태펀드 동원은 말할 것도 없고 국책은행들의 벤처펀드 조성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여기에 기술보증 신용보증 등 정부가 받쳐주는 각종 보증의 비중도 선진국에 비해 훨씬 높다. 이런 환경에서는 민간 벤처펀드가 설 땅이 줄어든다. 관제펀드가 민간자금을 끌어들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구축(驅逐)할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문 대통령도 말했듯이 국회와 협력해 민간투자 확대의 걸림돌을 없애는 것이다. 대기업이 직접 투자할 수 있는 벤처캐피털(CVC)만 해도 미국과 달리 여러 제약에 막혀 있는 게 현실이다. 정부 주도 펀드보다 민간 주도 펀드가, 민간 중에서도 CVC 주도 펀드가 성과가 좋다는 것은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증명해주는 바다. 여기에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하고 코스닥을 미래가치 중심으로 운용한다면 정부가 나서지 않더라도 시중에 넘쳐난다는 유동성이 벤처 쪽으로 흘러들어오게 돼 있다. 관제펀드가 아니라 진짜 벤처펀드가 쏟아져야 뉴딜도 신산업도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