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저질 언동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어섰다. ‘사실상 2인자’라는 김여정이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철면피’ ‘역스럽다(역겹다)’는 막말을 퍼부었고, 조선중앙통신은 우리 정부의 특사 제안을 ‘서푼짜리 광대극’이라며 조롱했다. 엄연히 ‘대한민국 자산’인 개성 소재 남북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하는 만행도 모자라 ‘서울 불바다’까지 거론하며 무력행사를 위협했다.

이 모든 난동을 ‘삐라 살포 망동’과 ‘남조선 당국의 묵인’ 탓으로 돌리는 북의 억지가 애처롭다. 오래전부터 해온 민간의 전단 살포를 갑작스레 꼬투리잡아 우리 정부의 ‘사죄와 반성’을 요구하는 행태는 적반하장이자 자가당착이다. 핵·미사일 도발, 해안포·기관총 사격을 거듭하며 6·15 공동선언, 4·27 판문점 선언, 9·19 군사합의를 사문화시킨 당사자는 북한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김정은에게 운신의 폭을 확보해 주려는 여동생의 충정일 것이다. 하지만 유엔 제재와 코로나 사태로 북한 경제상황이 한계로 치닫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일련의 행태는 정상 국가로 보기 힘들다. 저자세로 일관한 것이 남북관계를 얼마나 왜곡시켜 왔는지 역설적으로 입증해 준다고 할 것이다.

김여정은 담화에서 김정은을 ‘우리가 신성시하는 최고 존엄’이라고 했다. 북한이 ‘비정상적인 독재국가’라는 냉엄한 현실을 재확인하기에 충분하다. 그래도 ‘더 많은 양보와 굴종’을 말하는 부류가 넘친다. 여당 소속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연락사무소를) 포(砲)로 폭파 안 한 게 어디냐”고 했다. 대통령의 책사라는 원로들은 ‘원포인트 정상회담’과 ‘미국 특사파견’을 주장하며 억지에 대한 보상을 주문하고 나섰다. 정부가 모처럼 북의 ‘몰상식’을 경고하고 나섰지만 ‘가짜 평화’로 판명난 지난 3년의 실패를 되풀이하자는 무지와의 결별이 우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