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은 정부 내에서 검토되고 있지 않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홍 부총리는 어제 미래경제문화포럼 조찬 모임에서도 “기본소득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 정치권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전 국민 대상 기본소득제 도입 주장에 대해 국가재정을 책임진 수장이 소신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홍 부총리는 지금의 복지체계에서는 기본소득을 도입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기존 복지지출이 180조원에 달하는데 전 국민에게 월 30만원씩만 지급해도 200조원인 기본소득을 또 얹을 상황이 아니란 얘기다. 홍 부총리는 “의료 등 어려운 사람에 대한 지원을 다 없애고 전 국민 빵값으로 일정 금액을 주는 것이 맞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재정 책임자로서 해야 할 말을 했다. 엄청난 재원 문제는 안중에도 없이 경쟁적으로 기본소득을 들고나오는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홍 부총리가 이런 소신을 지킬 수 있을지 물음표가 붙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정치권의 압력에 얼마나 견뎌낼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이 대표적인 사례다. 재난지원금 얘기가 나왔을 때 홍 부총리는 상위 50%는 소비진작 효과가 낮다고 주장했다. 그후 재난지원금 지원대상은 정치권 압력에 소득 하위 70%로 늘리더니 결국 전 국민으로 확대되고 말았다. 정치권 일각에서 말하는 2차 재난지원금 필요성에 대해 “정부는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홍 부총리의 말이 불안하게 들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가채무비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40% 선에서 관리하겠다던 홍 부총리의 말도 이미 빛이 바랬다. 3차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해 국가채무비율은 역대 최고인 43.5%로 치솟은 마당이다. 그는 오는 8월 내년 예산안 제출 시 재정준칙을 같이 제시하겠다고 했지만,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인 준칙이라면 정치권의 압력을 이겨내기 어렵다. 홍 부총리가 법적으로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을 수립하고 소신을 지켜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