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5㎚(나노미터) 이하 초정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라인 건설로 이 분야 세계 1위인 대만의 TSMC를 추격하기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 2030년까지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에서 최고에 오르겠다는 비전을 향해 본격 행보에 들어간 것이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최근 TSMC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자국중심 공급망 구축 방침에 따라 미국에 120억달러(약 15조원)를 투자해 5나노 공정의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기회에 선두 지위를 확고히 굳히겠다는 계산을 했음직하다.

삼성전자를 추격하는 중국의 SMIC도 있다. 중국 정부는 SMIC에 2조7700억원을 투자하는 등 파운드리 자립을 꾀하고 있다. 물러설 수 없는 ‘파운드리 전쟁’에서 승자가 되려면 중국과는 격차를 벌리면서 TSMC와 정면승부를 펼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집중적으로 키우는 파운드리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업체)와 함께 시스템 반도체의 양대 축이다. 종류가 다양한 시스템 반도체의 특성상 파운드리 생태계를 효율적으로 조성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팹리스 고객사는 물론 설계자동화 등 파트너사와의 선순환 생태계가 필요하다. 삼성이 파운드리 포럼을 운영하고 있지만 기업 혼자 생태계를 다 책임질 수는 없다. 인력 양성 등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도 필요하다.

대만은 TSMC가 33년간 한우물을 파면서 네트워크를 구축해 생태계가 잘 형성돼 있다. 미·중 충돌 속에 미국과 대만이 정부 차원에서도 전략적 협력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정부는 처음부터 대규모 투자로 파운드리를 키우는 ‘빅 푸시(big push)’ 전략을 펴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를 미래자동차, 바이오헬스와 함께 3대 신성장산업으로 키우려는 우리 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국가 미래가 걸린 문제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