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관광 제주'의 중국 딜레마
‘코로나 쇼크’로 뜬 대표적 기업이 줌비디오커뮤니케이션이다. 화상회의 플랫폼 ‘줌’을 운영하는 이 미국 기업은 비대면 업무가 늘면서 큰 성과를 냈다. 지난해 12월 1000만 명이던 앱 가입자가 지난달 3억 명으로 폭증했다. 시가총액(15일)이 488억달러(약 60조원)에 달했다. 델타 루프트한자 에어프랑스KLM 등 세계 7대 대형 항공사를 합친 것보다 많다.

줌이나 e커머스 업계처럼 빛을 본 곳도 있지만, 코로나 충격으로 많은 산업이 고통받고 있다. 항공업계를 비롯해 여행·숙박·공연 쪽은 직격탄을 맞았다. 주변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어려움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역으로는 제주도가 대표적이다. 공들여온 ‘관광인프라’가 코로나 위기 속에 무거운 짐이 된 게 현실이다.

이달 초 황금연휴기에 반짝 경기가 있기는 했다. ‘코로나 청정지역’으로 인식되면서 초파일~어버이날 기간 중 강원도와 제주도의 호텔·펜션이 동나기도 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관광지는 그렇게 사람이 몰려야 산다. 하지만 불과 열흘 만인 지난 주말 둘러본 제주도 분위기는 차분하다 못해 싸늘했다.

‘코로나 쇼크’로 드러난 관광산업의 구조적 약점 외에, 제주도의 가장 큰 딜레마가 중국 관광객일 것이다. 소득수준이 높아진 중국인들이 대거 제주를 찾았고, 투자도 많이 했다. 5억원 이상 투자하는 외국인에게 줬던 영주권의 95%가 중국인에게 갔다. ‘유커’를 겨냥한 유통·숙박·유흥시설이 급증했고, 거리마다 중국어 간판도 자연스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사드 보복’에 이은 ‘코로나 쇼크’로 인해 중국 비즈니스는 짐이 돼간다. 한·중 합작으로 1조6000억원이 투입된 38층 제주드림타워도 준공을 앞두고 어려운 시기를 맞았다. 연면적이 63빌딩의 1.8배나 되는 복합리조트가 중국 관광객 없이도 잘 굴러갈까. 제주지역 아파트값이 12주 연속 내리면서 전국 최악의 하락폭을 보이는 등 부동산 경기 위축도 같은 맥락이다. 내국인을 겨냥한 펜션 게스트하우스 등에도 공급과잉 논란이 없지 않았지만, 경제가 제대로 굴러간다면 웬만큼은 흡수됐을 것이다.

‘관광 제주’의 침체가 제주도만의 고충은 아니다. 제주뿐 아니라 어디든지 공기 좋은 관광지로 나들이도 가고 맛집 순례라도 자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어차피 해외여행은 당분간 꿈도 못 꿀 상황 아닌가. 제주 가는 길, 생각보다 가깝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