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중국과 결별" 으름장
중국은 "미친 발언" 맞대응
'新냉전' 치킨게임하는 G2

反中·親中 선택 강요하는 기류
脫중국화 전략 차분히 준비해야

안세영 < 서강대 명예교수 >
[다산 칼럼] 루비콘강 건넌 '美·中 디커플링'

미국과 중국이 넘지 말아야 할 루비콘강을 건너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계를 단절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베이징은 “미친 발언”이라고 맞받아쳤다. 지난주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미친 사람”으로 몰아붙였으니 미국 지도자 둘이 졸지에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 돼 버렸다. 미·소 냉전시대에도 이렇게까지 거칠게 막말을 하지는 않았다. 우리가 우려하던 미·중이 갈라서는 ‘디커플링(decoupling)’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워싱턴은 아예 중국과 전면전을 벌일 태세다. 지난 1월의 1단계 무역협정 이행 압박에 이어 공무원연금의 중국 주식 투자를 금지하고,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던 대만 TSMC사의 공장을 아예 미국으로 옮기도록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 미국에 자신 있게 대들던 매파, 소위 ‘늑대전사(wolf warriors)’들조차도 예상외로 난폭한(!) 워싱턴의 반격에 멈칫하고 있다. “미국이 똘똘 뭉쳐 이렇게까지 독하게 나올 줄 미처 몰랐다.” 중국 국방대의 대표적 매파인 다이쉬 교수의 실토다. 그간 공들여 미 의회에 나름대로 친중파를 심어 놓았는데, 상·하원 통틀어 중국 편을 드는 의원들이 없다는 푸념까지 덧붙었다.

이쯤 되면 베이징이 뭔가 유화 제스처를 써볼 만도 하다. 역사적으로 중국의 대외정책은 아주 유연했고, 현명했다. 상대가 약하면 집어삼키고, 강하면 굽히며 화친 정책을 펼쳤다. 북방의 강자 흉노제국, 토번, 거란에 한(漢), 당(唐), 남송(南宋)은 비단과 은을 바쳤다. 오죽하면 당태종이 문성공주를 이역만리 티베트로까지 시집 보냈겠는가. 가깝게는 개혁·개방을 주도한 덩샤오핑도 ‘힘이 강해지더라도 절대 미국에 도전하지 말라’는 도광양회(韜光養晦)를 신신당부했다.

그런데 왜 베이징은 중국몽(夢), 군사몽의 기치를 거두지 않고 미국에 도전하는 것일까. 첫째, 중국 공산당의 왜곡된 역사교육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미 제국주의자들의 침략에 항거하는 정의로운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에서 승리해 국위를 떨쳤다.” 인민해방군 건군 90주년 행사에서 시진핑 주석이 한 격려사다. 1950년대생으로 공산체제에서 자란 시 주석은 “마오쩌둥의 군대가 일제(日帝) 및 미 제국주의와 싸워서 승리했다”고 잘못된 세뇌 교육을 받았다. 과거 열악한 무기를 가지고도 이겼으니, 최신 무기만 가진다면 미국과 겨뤄볼 만하다는 오판을 할 만하다. 매년 가을 요란을 떠는 전승절 행사를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은 하지 않았다. 그들은 중국 공산당이 결코 일제와 미국에 승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둘째, 스스로 궤도 수정을 할 수 없는 권위주의체제 지도자의 자기모순이다. 중국 공산당에서 절대권력을 가진 자는 완벽해야 한다. 특히 대외정책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면 굴욕을 의미하고, 잘못하면 권력 기반이 흔들린다. 그러므로 한 번 미국에 도전장을 내민 이상 선택의 여지 없이 밀고 나가는 수밖에 없다.

셋째, 베이징 지도부와 강경 군부의 미묘한 관계다. 일반적으로 군부는 다음과 같은 경우 호전적 애국주의로 변질된다. 군사력이 너무 급격히 팽창할 때와 정부가 군사력을 바탕으로 강경한 팽창주의 정책을 펼칠 때다. 지금 중국 군부가 정확히 이 두 가지 경우에 해당한다. 구소련이 엄두도 못 내던 항공모함을 여러 척 가지고 있고, 미 함정을 요격할 수 있는 둥펑미사일, 스텔스 전폭기도 갖고 있으니 스스로 천하무적이라는 착각에 빠질 수도 있다. 이같이 호전적으로 치닫는 군부를 방치하면 어느 순간 지도자가 통제할 수 없는 선을 넘게 된다. 일본제국주의의 패망이 좋은 예다. 호전적 애국주의에 물든 만주 주둔 관동군은 ‘중국과 더 이상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라’는 도쿄의 지침을 무시하고 노구교 사건을 조작해 중·일 전쟁을 일으켰다. 중국 대륙을 짓밟은 승리감에 도취해 미국에 도전하는 군부를 지도부가 통제하지 못하고 결국 패망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은 외나무다리에서 마주보고 달리는 치킨게임을 하며 세계를 반(反)중국과 친(親)중국으로 양분할 것 같다. 우리나라도 정부는 물론 기업 차원에서 이 같은 움직임에 차분한 대응 전략을 세우며 준비해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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