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어제 ‘당·정·청 을지로 민생회의’를 열어 코로나 사태로 고통받는 취약계층을 구제하기 위해 공정경제 기조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개선 과제로 택배기사, 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들이 ‘근로자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산재보험 대상에 방문교사 가전제품설치기사 등 5개 직종을 추가하기로 했다. 특히 여당에서 상법 등 개정과 관련한 ‘공정경제 입법 완수’를 다짐해 이목을 모았다.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이 큰 경제적 약자를 돕자는 취지를 나무랄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고 종사자의 근로자성을 놓고 법원 판결이 엇갈리는 점에서 논란이 있지만, 이 문제도 언젠가는 정리될 것이다. 다만, 코로나 위기는 규모·업종·직종에 관계없는 모두의 위기인 만큼 국민의 역량을 한데 모아도 모자란다. 또다시 ‘약자 대 강자’라는 편가르기식 정책 접근법이라면 위기 극복에 도움이 안 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구분 없이 ‘매출 절벽’에 처해 있다. 그런데도 정부의 코로나 대책은 자꾸 ‘대기업은 강자여서 배제해도 된다’는 전제 아래 짜이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는 게 산업계의 지적이다. 총 240조원 규모의 긴급자금 지원 가운데 대기업에는 기간산업안정기금 명목으로 40조원만 책정됐다. 그것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주재한 지난달 22일의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뒤늦게 추가됐을 뿐이다.

이날 회의에서 공정경제 입법 완수를 강조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도 우려를 더한다. 협력이익공유제 관철을 수차례 반복한 김 원내대표가 온갖 부작용 탓에 20대 국회에서 입법이 무산된 상법·공정거래법 등의 개정안을 밀어붙일 경우 대기업들의 경영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상법만 해도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 집중투표제 등으로 투기자본 앞에 경영권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대기업도 버티기 힘들다. 대기업이 무너지면 그 파장은 중소기업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 실업대란에 납품업체의 연쇄 도산이 불가피해지고 경기회복도 더욱 지연될 것이다. 정부가 ‘약자 구제’에 신경쓰는 것은 좋지만 대기업은 여전히 더 규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코로나19는 약자든 강자든 안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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