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열기가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약세장 속에 국내외 우량주에 몰렸던 ‘개미’들이 최근에는 유가 관련 상장 투자상품으로 이동했다. 국제 유가 급락으로 일부 유가 관련 상품의 상장폐지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단기투자 중심의 ‘동학개미군단’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감독당국 수장으로서 과열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왜 개미들이 전문가를 통한 간접투자 대신 위험이 큰 직접투자에 몰입하는지 깊이 숙고할 필요가 있다.

최근 개인 직접투자 열풍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금융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움직이는 ‘스마트 개미’들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올 들어 5대 증권사에 유입된 비대면 예탁금만도 10조원을 웃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주가 폭락을 ‘대박 기회’로 삼으려는 개인들의 행보는 과거 경제위기 때의 학습효과에 따른 합리적 기대로 볼 수 있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연이은 사고로 금융회사의 신뢰가 급격히 낮아진 데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최근 금융계에선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라임 사태’ 등 사고가 줄줄이 터졌다. 상품을 판 국내 유수의 금융사들조차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고, 감독당국은 늘 뒷북이었다. 이런 사태를 목도한 투자자들이 그래도 ‘피 같은 내돈’을 금융사에 맡기고 싶을까.

신뢰가 업(業)의 모든 것이라고 할 금융회사와, 이들을 감독하는 당국 입장에서 최근 개인들의 직접투자 과열은 결코 간단히 볼 일이 아니다. 금융사들이 지향해온 자산관리(WM) 등의 사업 기반을 뿌리째 뒤흔들지도 모른다. 뼈를 깎는 신뢰 회복 노력 없이 한국 금융은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