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한의 리스크관리 ABC] 리스크 관리는 기회 관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환율의 변동, 소위 환리스크는 상황에 따라 특정 비즈니스에 환차손을 입힐 수 있고, 환차익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 이처럼 많은 종류의 사업 리스크는 한편으론 부정적이고 다른 한편으론 긍정적인 양면성을 지닌다. 연구개발(R&D) 투자,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 수행, 해외 사업 진출 등 거의 모든 사업이 그렇다.

리스크(risk)는 ‘위험’으로 번역되는데 썩 좋은 표현 같지는 않다. 리스크는 나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과 더불어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가능성도 포함된 개념이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에겐 나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의 영향력이 훨씬 클 것이다. 이웃나라 중국엔 부정적인 결과만 가져오는 위험(危險)이란 말과 함께 플러스·마이너스 양면성을 지닌 풍험(風險)이란 표현이 있는데 이 풍험이 바로 리스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리스크 관리는 부정적인 결과에 대한 ‘위험 관리’인 동시에 좋은 결과를 도모하는 ‘기회 관리’이기도 한 것이다.

2002년 중국에선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벌어졌다. 사망자가 늘고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온라인 시장 매출이 급증했다. 마윈의 알리바바가 급성장하게 된 배경이다. 마윈은 돌발 위기 상황에서도 비즈니스연속성계획(BCP)에 따라 위험을 극복하면서 사업을 확장하는 기회 관리에 성공한 것이다.

[장동한의 리스크관리 ABC] 리스크 관리는 기회 관리다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있는 마이클 커피&도넛이란 푸드트럭의 음식 창구 옆에는 ‘양심박스(honesty box)’가 있는데 ‘거스름돈은 알아서 챙기세요’라고 쓰여 있다. 손님들은 양심박스를 보고 처음엔 신기해하더니 자신을 신뢰한다고 생각했는지 얕은수를 쓰는 일이 없다. 그 덕분에 주문을 받고 잔돈을 계산하는 시간이 확 줄었고 매출도 많이 늘었다. 양심박스는 ‘상향 리스크’(upside risk: 긍정적인 결과도 기대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의 좋은 예다.

사업을 하면서 당면한 리스크를 예의 주시하며 잘 관리하다 보면 새로운 기회가 보이기도 하고 기업가치를 올리는 상황으로 반전시킬 수 있다. 경쟁 기업이 보지 못하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신규 시장도 창출할 수 있다. 조직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향상돼 기업 평판이 올라간다면 덩달아 기업가치도 높아지는 것 아니겠는가? 리스크 관리의 전통적 대상인 ‘하향 리스크(downside risk)’뿐만 아니라 상향 리스크까지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리스크 관리의 새로운 시대가 왔다.

장동한 < 건국대 국제무역학과 교수·아시아태평양보험학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