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4차 산업혁명에 채찍 든 코로나…'온라인 르네상스' 연다
지난 20일 초등학교 저학년 등교를 마지막으로 각급 학교 모두가 온라인 개학을 했다. 120만 명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디지털 국가로 가는 또 하나의 실험과 도전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의 붕괴 위협을 온라인을 통해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구미 각국에서 엿보인다. 이들 국가는 한국을 디지털 모범 국가로 평가한다. 그러나 디지털 바람은 순풍만 있는 게 아니다. 오프라인만큼 부작용도 많고 위험 요소도 내재해 있다. 디지털 격차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 바람을 이기고 디지털 르네상스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은 지속적인 혁신밖에 없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7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진실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가 유럽대륙에 퍼지면서 유럽연합(EU)이 붕괴할 지경에까지 이르자 각자도생에 바쁜 각국이 과연 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고 있다는 말이었다. EU의 맹주인 독일에 전하는 외침이기도 했다. 독일은 조사기관 DKV글로벌이 코로나19 사태에 가장 안전한 국가로 꼽은 나라다. 하지만 독일은 묵묵부답이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최근 칼럼에서 “팬데믹을 막기 위해 지금 독일에서 보여주는 봉쇄와 치안 격리 등은 중세 시대의 방법”이라며 “다른 국가들은 이번 사태를 디지털화에 유리한 기회라고 생각해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을 빗대 얘기한 것이다. 슈피겔은 이어 “이번 사태를 독일에서 디지털화를 이끌어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원격 교육은 차치하더라도 진단 앱이나 동선 파악 앱 등 의료 분야만이라도 디지털화를 진척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의 맥] 4차 산업혁명에 채찍 든 코로나…'온라인 르네상스' 연다
獨·日 "韓 디지털 모범국" 평가

감염이 확산하는 일본에서도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이 늦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연이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등에서 시행한 도시봉쇄는 선택지가 아니다. 일본은 한국처럼 이른 단계에서의 대규모 감염 검사도 하지 않았다. 스마트폰 위치정보와 신용카드를 사용한 감염자 개인의 행동 추적에도 너무 신중하다”며 디지털 사회로의 지체를 비판했다. 이 신문은 “재택근무는 활성화되고 있지만 원격 진료와 원격 교육에서 일본의 빈약한 분위기가 감지된다”며 “팔짱만 끼고 있으면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게 오히려 리스크가 된다”고 지적했다. 당장 데이터의 사적 침해와 공공재로서의 이용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위기는 그야말로 역사적이다. 각국에서 격리와 봉쇄 조치를 시행하면서 글로벌 경제 흐름이 막혀 있다. 공급 측면과 수요 측면의 충격이 동시에 일어난 경제 재앙이기도 하다. 공급 면에선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세계 제조업이 얼어붙고 있다. 수요 쇼크는 모든 서비스 산업을 마비시켜 실업자를 양산한다. 오일 쇼크처럼 공급 충격은 공급량을 조절하면 되고 금융 위기와 같은 수요 충격은 자금을 풀어 유동성을 확보하면 된다. 하지만 이번 충격은 돈을 풀고 공급을 늘려도 소비가 늘지 않고 경제 순환이 일어나지 않는다. 경제의 기본인 거래가 단절되는 상황이 오래간다. 무엇보다 우려할 만한 일은 경제를 일으킬 원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백신만 나오면 이전 상태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낙관론이 있지만 ‘위기의 기억’이 지속적으로 마음을 짓누른다.

'줌'을 통해 원격교육 가능성 확인

중국과 미국 정부는 긴급 처방전을 내고 있다. 중국은 중소기업에 대한 저금리 융자를 적극적으로 시행했다. 인프라 투자를 늘리는 등 자원 효율성을 중시하는 공급 측면에서의 지원책도 내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하고 실직자의 소득을 보상하는 등 근로자들을 구제하는 수요 측면에서의 지원책을 제시했다.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꺼져가는 경제 불꽃을 살리기 위해 온갖 지혜를 짜내고 있다. 가지타니 가이 일본 고베대 교수는 니혼게이자이신문 기고에서 “수요 측면이든 공급 측면이든 코로나19의 경제적 영향이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므로 정부의 대책이 장기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과 일본이 디지털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이 코로나19 사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디지털과 온라인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을 부러워한다. 세계는 지금 해외여행과 이민 규제, 공급망 리스크, 수출 통제 등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는 변수가 너무 많다. 자본 이동이나 비교우위, 규모의 경제 등 경제의 기본 요소가 사라지지는 않지만 지금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거래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보다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을 가장 큰 변수로 여긴다.

하지만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위험사회》에서 지적했듯 안전지역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리처드 폰테인 미국안보센터 소장은 포린폴리시 기고에서 “코로나19는 한 시대의 게임 체인지를 얘기한다”고 말한다. 독일과 일본은 디지털이 바로 게임 체인저인 것을 알고 있다. 온라인은 각국에서 글로벌화를 막는 각종 제약과 위협에서 자유롭고 리스크에서도 자유롭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화상회의 및 교육 시스템 기업 줌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2009년 12월엔 하루 이용자가 100만 명이었지만 2020년 3월 기준 2억 명 이상으로 늘었다고 한다. ‘줌하다’가 일반적인 동사로 쓰이는 터다. 서버가 중국에 있고 사이버 보안이 완전하지 않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줌의 기세는 무섭다. 줌만이 아니다. 온라인 식품 판매기업인 우버이츠와 온라인 게임업체 등 언택트형 온라인 업체들도 뜨고 있다.

한국에선 20일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을 마지막으로 사상 초유의 전면적인 온라인 개학이 이뤄졌다. 동시 접속자가 120만 명에 이르렀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다. LG CNS 등 대기업들도 서비스 안정화에 힘을 보탰다. 미국 일본 등에서는 전국 단위의 원격 수업을 해보지 못했다. 화상회의를 비롯한 재택근무도 이젠 친근한 단어가 되고 있다. 교육기업 휴넷의 설문조사 자료에 따르면 재택근무 경험자 중 앞으로 재택근무를 하겠다고 한 사람이 80%에 달한다고 한다.

"모든 것 온라인화" 주장도 제기

재택근무가 생산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디지털 디바이드(격차)가 커질수록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진다. 재택근무에서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가 커지고 있다. 디지털이 가야 할 길이고 좌표라면 디지털 격차를 최소화해야 한다. 디지털이 록다운될 때 오프라인에서의 업무와 교육 등을 할 수 있는 체제도 갖춰야 한다. 이 또한 위험 요소에 대비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그렇게 가지는 않더라도 규제를 없애고 디지털 투자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유럽에서 페스트 유행이 이탈리아의 르네상스를 탄생시킨 직접적 원인이라는 게 하나의 정설이다. 감염증에 의한 죽음의 공포가 역설적으로 인간다움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르네상스를 낳았다는 것이다. 디지털 르네상스가 눈앞에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는 그 길을 가야 한다.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