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부모연습
봄이 오는 캠퍼스는 봄 중의 봄이다. 20대 청춘들의 젊은 에너지가 봄꽃 터지듯 피어나는 진정한 봄의 현장이다. 서른 해 가까이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해마다 갓 입학한 새내기들을 만나는 일은 싱그럽다 못해 신성하게까지 느껴진다. 그들은 이제 막 출발선에 선 순도 100%의 가능성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교수로 부임해 공대 학장이 되고 제일 처음 한 일은 ‘새내기 학부모 면담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었다. 학교의 교육 방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설명회가 아니라 그야말로 학교와 학부모의 쌍방향 질문과 토론의 자리였다. 자녀를 대학에 보낸 학부모들의 꿈은 대단했다. 하지만 그 큰 열망에도 불구하고 나는 부모님들이 혹여 기본부터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몇 가지 당부를 하곤 했다.

먼저, 자녀를 부모의 뜻대로 키우려면 적어도 대학교 1, 2학년까지는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 합격만 하면 그때부터 알아서 하라고 자녀에 대한 관심을 끄는 부모가 많은데, 자녀를 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진입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부모가 안내자 역할을 해야 한다. 비단 대학 시기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데 가장 좋은 교육은 공교육도 아니고, 사교육도 아니고 바로 가정교육이라는 사실은 불변의 진리다. 또 하나는 지금이 아무리 비혼, 만혼 시대라고 해도 결혼이라는 중차대한 과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나이인 만큼 ‘부모가 되는 연습과 공부’를 꼭 시키라는 것이었다.

아내와 나는 결혼과 동시에 자녀 양육의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 자녀 앞에서 절대 싸우지 않는다, 둘째, 자녀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절대 먼저 자지 않는다, 셋째, 자녀가 일어나기 전에 반드시 일어난다. 적어도 아이들이 18세가 될 때까지 그렇게 하자는 약속은 감사하게도 잘 지켜졌고, 부족하지만 부모로서 최선은 다했다고 자부한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부모가 먼저 자녀에게 언행일치를 보이지 않으면 그것은 참된 교육이 될 수 없다. 부모가 책읽기를 좋아하고 즐기면 자녀들이 자연스레 책을 들고 그 옆에 앉는 것처럼 말이다. 자녀 앞에서 바로 서는 부모의 모습이야말로 자녀들이 물려받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인 동시에, 그렇게 부모가 돼가는 과정만큼 인간을 성숙시키는 것 또한 없는 까닭이다.

새봄 같은 20대 청춘들이 눈앞의 취업과 진로를 좇아가기에도 버거운 시대라지만, 그들이 좋은 부모가 되는 법도 배울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인간 본연의 행복과 만족감을 느끼는 토대는 가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100세 시대를 사는 기성 부모 세대가 더 바람직한 부모가 되고, 더 유연한 모습으로 늙어가고, 존경받는 생을 사는 새로운 인생 모델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