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산업계 생산차질 심각
안정성 강조로 기업수익 줄수도
국수주의·공급망 불안 이겨내야

이지평 <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 >
[분석과 전망] 공급망 쇼크의 파장 대비해야

‘세계의 공장’ 중국을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생산 차질로 세계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애플도 스마트폰 생산에 차질을 빚고 수익 전망에 부정적 영향이 생겨나고 있으며, 각국 자동차산업도 중국제 부품 조달의 어려움으로 조업 단축이 빈발하고 있다. 중국의 영향력이 큰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역내 전자산업의 생산 차질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코로나19 쇼크’로 인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5%포인트 하향 수정했다. 선진 각국은 이미 상당히 낮은 정책금리를 더욱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으나 손상된 공급망(supply chain) 충격을 완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경우 경제적 충격을 피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와 같이 공급망 쇼크가 큰 것은 세계 경제가 그동안의 글로벌화로 인해 인적·물적 연계성이 강해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애플 아이폰은 세계 각국에서 분업 생산되고, 제품이 완성될 때까지 아시아 역내 각국과 태평양을 건너 미국까지 여러 번에 걸쳐 각종 부품 및 소재가 수송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 한국, 일본, 구미 각국에서 복잡하게 연계된 글로벌 공급망은 분업의 효율성과 함께 생산성 향상, 기업 수익 확대, 각국의 경제 성장에 기여해왔다.

그러나 작년 이후 미·중 통상 마찰, 일본의 한국에 대한 핵심 소재 수출 규제 조치 등 글로벌 공급망을 위협하는 사건이 반복되고, 이번에 코로나19 사태로 또다시 충격을 받음으로써 기업의 글로벌 분업 생산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효율적이지만 불안정한 ‘재고 압축 경영’, 생산 거점 집중화, 소재 및 부품의 조달 집중 전략이 완화될 것이다. 또 효율성을 다소 희생하면서 안정성이 보다 중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기업 수익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주가 흐름은 과거에 비해 하향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미국과 중국 경제의 완전한 분리, 디커플링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더욱 확산되는 측면은 있다. 다만 세계 각국에서 소득 양극화와 함께 국수주의적 정책 성향이 강해지고 정부의 개입형 정책도 강화되고 있어 효율적인 글로벌 공급망을 위협하는 사태가 앞으로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첨단기술 분야에서 일어나는 마찰과 돌발 사태가 기업 경영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각국 경제와 서민층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일본 아베 정권이 작년에 실시한 한국에 대한 무역 규제 조치는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급감, 관련 일본 기업의 경영 악화로 이어졌다. 아베노믹스는 그동안 파격적인 정책을 추진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미진했는데, 그 이유로 생산성 향상 부진이 지적돼 왔다. 아베 정권이 실시한 각종 개입형 경제정책은 한편으로 한국에 대한 규제 등 국수주의 성향을 갖고 있어 효율성과 생산성을 저해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反)글로벌화와 국수주의적 정책을 주도하려는 정치적 흐름, 그리고 공급망 불안은 전반적인 경제 위축과 함께 특정 분야에 대한 충격도 부를 수 있다. 재화와 사람의 이동을 더욱 강하게 제약해 항공, 해운 등 물류 분야에 대한 수요 둔화와 함께 조선, 자원 에너지 분야의 수요 위축 요인이 될 수 있다. 한편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하면서 글로벌화가 오히려 가속화되고 있는 오프라인 거래, 특히 디지털 서비스의 세계적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공급망 불안과 디지털화 가속으로 인해 기존의 제조업에서도 공장의 원격 조정, 소프트웨어 주도 생산 방식, 제품과 결합된 서비스 분야의 부가가치 제고 등이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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