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전망] '원 소니' 앞세운 소니 부활의 시사점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20’에서는 일본 소니가 오랜만에 주목받았다. 차세대 자율주행 기술을 위한 각종 센서를 장착한 전기자동차(EV)의 콘셉트카인 ‘비전-S(Vision-S)’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해 온 소니가 예전처럼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재부상할지 관심이 집중된 것이다.

원래 소니는 트랜지스터 라디오, 워크맨, 비디오, CD, 디지털 카메라 등 혁신적인 소비재를 개발하면서 감성적인 디자인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해왔다. 소니의 이런 모습은 애플 창시자인 스티브 잡스가 초기에 성장 모델로 삼았을 정도다. 그러나 장기불황과 함께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워크맨, 디지털 카메라 등 소니 제품의 입지는 약해진 반면, 획기적인 신제품의 개발에선 진전을 보지 못했다. 최근엔 사상 최고 이익을 경신하고 2012년 11월 이후 올 2월까지 주가가 9.6배나 상승했다. 그러자 금융시장은 소니의 부활을 평가하고 있다. 이런 경영 개선과 투자 여력의 확대가 소니에 의한 이노베이션의 기대를 높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한국 기업으로서는, 아직 불확실한 측면은 있으나, 소니의 부활 조짐에서 몇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첫째, 기업 고유의 강점을 잘 인식하고 이를 끊임없이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니는 원래 자유롭고 활달한 환경에서 기술자가 다양한 시도를 통해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러나 장기불황 과정에서 이런 분위기가 위축되고 재무지표를 중시하면서, 밑에서 올라오는 아이디어를 상사가 묵살하는 폐해가 심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히라이 가즈오 전임 사장은 사내의 사업 아이디어를 모집하고 평가해서 선택된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구체화 투자를 하는 제도를 만들면서 소비자가 소니 제품에 주목하도록 하는 체제를 강화했다.

둘째, 고객을 감동시키는 혁신을 위해서는 그 기초가 되는 제조 강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소니가 일군 최근 실적 개선의 밑바탕에는 이미지센서 반도체 기술이 있으며, 이것이 디지털화와 함께 각종 제품에 적용되면서 소니의 실적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리고 소니는 이를 활용해 고급 미러리스 디지털 카메라의 성능을 높여 소수이지만 고가격 카메라를 선호하는 소비자의 지지를 받고 있다. 소니는 이 기술을 활용해 앞으로 자동차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강점 기술을 시대 변화에 맞게 다양하게 활용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셋째, 조직의 벽을 허물고 하나의 기업으로서 전략적인 집중과 함께 고객의 편의를 제고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소니는 게임, 영화, 음악 등의 콘텐츠 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각자 고객 대응 사이트를 개설했으며, 하드웨어 부문과의 괴리도 커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니는 조직의 벽을 허물면서 ‘원 소니(One Sony)’로서 고객에 대응하는 플랫폼을 통일하고, 이를 기초로 게임, 음악, 비디오 등의 구독경제 서비스 모델을 정착시켜 수익성을 크게 높였다. 소니는 이런 구독경제 모델을 로봇 강아지 ‘아이보’ 등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각국 제조업체의 구독경제 모델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각 부문 간 교류와 시너지를 강화하면서 조직의 관료화 문제를 해소해 고객 서비스를 향상시킨 소니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소니처럼 한 번 크게 위축됐던 기업이나 사업이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결국 기업이 축적해온 기술적 자산, 조직원의 잠재력 등을 기반으로 한 내재적인 기업 가치를 시대 변화에 맞게 확대할 수 있도록 집중할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에 맞게 고객 감동을 확보할 수 있는 조직 체제를 정비하면서 구성원들이 일하는 방식을 지속적으로 혁신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