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우리 경제에 초대형 악재가 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1.5%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국내 연구기관들도 정부가 지난해 말 내놓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 2.4%가 이미 물 건너갔다고 보고 있다. 1분기 성장률만 해도 전기 대비 -0.7% 안팎으로 뒷걸음질칠 것이란 우울한 전망까지 나왔다.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 추락의 가장 큰 이유로는 신종 코로나 사태가 수출과 내수에 미칠 악영향이 꼽힌다. 세계 경제 성장률이 하향 조정되는 가운데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이 0%에 그칠 것이란 예상까지 대두됐다. 이에 따라 올해 수출 증가율이 정부가 예상한 3.0%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최악의 경우 0.5%에 그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중국으로부터 중간재 수입이 차질을 빚는 상황이 지속되고, 국내 소비까지 줄어들면 산업 전반이 급격히 위축돼 투자 감소로 이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수출과 내수 모두 비상등이 켜지면서 정부가 경기 대응을 위해 예비비를 활용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론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비상한 위기국면을 돌파하려면 재정만으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지난해 정부가 재정을 퍼붓고도 민간부문의 성장 모멘텀을 살려내지 못해 2.0% 성장에 턱걸이한 게 이를 말해준다.

내수와 수출의 동반 위축을 초래하고 있는 이번 사태가 조기에 수습되지 못하면 장기 불황으로 직행할 위험성이 더 커진다. 기업 투자 활성화와 소비 촉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경직된 경제정책들부터 하루빨리 철폐해야 한다. 정부가 과감한 정책기조 전환에 나선다면 이번 사태가 오히려 우리 경제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더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