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0 참관기] AI, 장기·지속 투자가 관건이다
2020년 새해 벽두부터 인공지능(AI)이 초강세다. AI 기술 흐름을 타지 못하면 영원히 낙오자가 될 것 같은 분위기다. 기업들은 어떻게든 첨단 AI 기술을 도입하려 서두른다. AI 기술은 이미 알라딘 램프 같은 매직박스로 둔갑했다. 4차 산업혁명의 고지 선점에 필요한 핵심 수단이란 얘기다. 정부도 ‘AI 강국’ 도약을 위해 445조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벌써부터 예산을 따내기 위해 급조한 AI 프로젝트가 넘쳐난다.

AI 기술은 중요하다. 지난 7~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AI 기술이 도입되면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이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AI 기술은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차근차근 발전해온 기술이다. 특히 2010년 이후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컴퓨팅기술 혁신으로 큰 발전을 이뤘다.

지금 세계를 이끄는 정보기술(IT) 리더십을 보유한 기업들은 미래 기술 트렌드를 정확히 읽고, 혁신 아이디어를 제품·서비스에 적용해 시장을 주도해왔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넷플릭스, 엔비디아 등은 모두 탄생한 지 20년 안팎밖에 안 됐다. 이 젊은 회사들이 어떻게 기라성 같은 거대 글로벌 기업들을 누르고 IT 그리고 AI 분야에서 최강자가 됐을까? 기술의 트렌드와 변화를 지속적으로 이끌어왔기 때문은 아닐까?

구글과 아마존의 AI 플랫폼은 전 세계 10억 개 이상의 디바이스에 장착돼 그들만의 에코시스템을 이끌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그 생태계에 종속돼 길들여지고 있다. 그들은 짧은 기간에 자신들의 제국을 건설하고 있다.

IT 분야에 속하지 않은 업체들도 이제는 AI 기술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한걸음 나아가 “우리도 이제는 IT 업체”라고 홍보한다. 지난 100년간 이어왔던 가장 전통적인 기술에 AI를 접목해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이번 ‘CES 2020’에서 샌즈 홀(Sands Hall) 전시가 이런 변화를 잘 보여줬다. 디지털 머니, 패밀리 테크, 피트니스 테크, 헬스 & 웰니스, 슬립 테크, 웨어러블 테크 등 총 6개 기술이 전시됐는데, 모든 제품이 AI기술 도입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홍보했다.

우리는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나온 후에야 동분서주해 왔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오래전부터 AI 기술 트렌드를 읽고 그에 따른 연구개발을 해왔다. 특히 기술 트렌드와 해당 기술의 실현 가능성을 정확히 읽고 투자함으로써 지난 10년간 놀라운 기술 변화와 혁신을 이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계획과 실행’이다. 금방 달아올랐다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금방 폐기하는 그런 계획이어서는 안 된다. 단 한 번 만에 결과가 나온다면 이 세상에 성공하지 못할 기업이 어디 있겠는가. 각자 단기·중기·장기 계획을 세우고 지속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뚝심이 필요하다. AI는 단기간에 결과가 나오는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의 최고 기업들은 10년, 20년, 30년 뒤를 내다보고 각각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영생(永生)을 연구하는 구글의 ‘진시황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도 그들은 많은 인원과 자금을 투입하며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래에 예상되는 수요와 기술의 실행 가능성 그리고 성공 후의 막대한 수익을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AI 기술은 개발에 착수하고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결과가 당장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만큼 어렵다. AI 기술 트렌드에 부합하는 개발 정책을 수립하고 지속적으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 전문 인력 양성에도 더 많은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